[문학예술]'가시면류관 초상' …혈육살해의 가족비사

  • 입력 2003년 7월 25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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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면류관 초상/박상우 지음/276쪽 8500원 문학동네

소설가 박상우(45)의 네 번째 장편소설.

미혼모로 결혼한 어머니, 부모의 이혼, 아버지의 원조교제, 동생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살인…. 주인공 유인하의 암울한 가족사를 큰 줄기로 성서에 등장하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심어 놓았다. 인류 최초의 혈육 살해라는 성서의 가혹한 모티프는 소설 속에서 ‘죄’와 ‘구원’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두 개의 노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카페 카오스의 여주인 ‘세이턴’이 유인하에게 건네 준 것으로,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 중에서 후세 사람들에 의해 삭제된 필사본 기록이 담겨 있다. 또 하나는 유인하가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비극적인 사건을 기록한 ‘카인의 비밀일기’라는 제목의 노트.

‘세이턴’은 유인하에게 ‘종교를 세속화하려는 인간들의 욕구가 결국 신의 진정한 가르침을 외면한’ 것이며 ‘죄악을 통한 진화, 그것이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 숨겨진 진정한 메시지’라고 설명한다.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은 하느님에 대한 질투 때문이 아니라 ‘여자’와 관련된 문제 때문이며 이러한 일은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유인하는 동생의 애인과 관계를 맺고 근친상간이라는 죄의식에 시달리며 종내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만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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