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병렬 한나라호’에 바란다

  • 입력 2003년 6월 2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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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체제 출범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기대하는 당원들의 뜻이 결집된 결과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노무현 정부의 분파적 리더십과 미숙한 국정운영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최병렬 한나라호’는 정권 대안세력으로서 ‘강한 야당’의 출현을 고대하는 국민의 바람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 대표의 당면한 정치적 목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차기 집권의 디딤돌을 놓는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나라당이 수권능력을 갖춘 야당다운 야당으로 거듭 태어나 현 정권의 대안세력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총선 승리와 차기 집권은 그 뒤에 국민의 선택에 맡길 일이다.

최 대표는 거대 야당 ‘한나라호’를 수권정당으로 이끄는 조타수가 되어야 한다. 몸집만 크고 무기력한 야당에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제1 야당으로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국민정당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그 중심은 뚜렷해야 한다. 최 대표가 주창하는 ‘개혁적 보수’로 당의 이미지를 수구에서 건강한 보수로 바꿔야 한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열린 리더십으로 당의 통합과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강한 야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직면하고 있는 안팎의 사정은 ‘강한 야당’으로 가는 길이 결코 순조롭지 못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당 내에는 만만치 않은 경선 후유증이 도사리고 있고 이른바 개혁파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도 그치지 않고 있다. 당의 복잡한 세력 분포는 당의 혁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당 밖의 사정도 좋지 않다. 당장 새 특검법을 둘러싼 대립으로 정국은 한층 경색될 국면이다.

최 대표는 원칙은 잃지 않되 민생 우선으로 국민의 걱정을 덜어 주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럴 때 국민은 한나라당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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