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늙은 야당’으로 수권정당 될까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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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선출할 한나라당 선거인단 22만7400여명의 77%가 40대 이상이라는 것은 노쇠화된 거대 야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당의 근간을 이루는 당원의 분포가 이렇듯 고령화로 치우쳐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을 제때에 수용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20, 30대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48.3%에 달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한나라당의 ‘늙은 당원’ 구조는 대선 패배의 결과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젊은 층의 정치 혐오 및 무관심 풍조로 미루어볼 때 정당원의 연령적 불균형 분포는 비단 한나라당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20, 30대 당원이 전체 당원의 23%에 불과하다는 한나라당의 현실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당원 구성이 지역과 계층, 연령 면에서 극심한 불균형을 보일 경우 당원을 통한 민의 수렴은 제한적이거나 왜곡될 수 있다. 이는 당내 의견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의사결정구조를 폐쇄적으로 만들어 당의 변화와 개혁을 더디게 한다. 그 결과는 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강화시켜 젊은 층이 외면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한나라당이 오늘의 ‘늙은 야당’이 된 데는 다음의 이유가 있다. 첫째, 지역구도에 안주한 채 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게을리 했다. 둘째, 잇따라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야당다운 야당이 되기보다는 기득권에 연연함으로써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셋째, 대선 이후 논의됐던 당내 개혁이 유야무야되면서 기존의 젊은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한나라당은 오늘부터 본격적인 대표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경선 후보자들은 저마다 변화와 개혁을 통한 ‘제2 창당’을 주창한다. 그러나 말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개혁의 비전과 그것을 실천할 의지를 행동으로 보임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늙은 야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권정당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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