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들국화 송이송이'…분단이 빚어낸 가슴 짠한 삶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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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송이송이/송기숙 지음/272쪽 8500원 문학과경계사

민중의 삶과 분단 문제에 천착해 온 소설가 송기숙(68)이 장편소설 ‘오월의 미소’ 이후 3년 만에 9편의 작품을 묶어 냈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표제작을 비롯해 ‘성묘’ 등 다섯 편이 분단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역사의 상처와 현재의 삶이 맞닿는 곳으로 독자를 부른다.

표제작에는 지리산 자락에 있는 고향을 찾아가는 두 노인이 등장한다. 젊은 시절, 억울하게 ‘빨갱이’ 도장이 찍힌 이들은 사람들의 힐끗거리는 눈길에 몰려 신산한 삶을 살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이 나누는 저간의 사정에는 이데올로기가 자행한 무참한 폭력이 날것그대로 드러난다. “그려 그려, 그런 사정이 눈앞에 훤하네. 억지 빨갱이가 여러 사람에 못을 박았구만.”

‘성묘’에서는 6·25전쟁 당시 빨치산으로 산에 오른 시누이의 혼을 달래기 위해 뒤늦게 묏자리를 마련하는 할머니를, ‘길 아래서’는 빨치산들의 몰살을 막기 위해 고의로 낸 사고로 되레 병사를 죽인 운전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시인 박상률은 “송기숙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짠한 꼴을 하고 있어 가슴이 먹먹하다”며 “못난 얼굴을 내밀게 된 게 어디 힘없는 중생들 탓인가? 이 땅에 태어난 게 죄라면 죄”라고 우리 삶 속에 새겨진 깊은 골을 환기시켰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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