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한총련을 합법화한다니

  • 입력 2003년 5월 18일 2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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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립5·18묘지에서 벌어진 사태는 광주민주화운동 영령들과 광주시민을 모독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모처럼 국민통합의 한마당이 될 수 있었던 23주년 기념식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기습시위로 얼룩짐으로써 역사에 오점 하나를 추가하게 됐다. 시위대의 요구가 ‘굴욕적인 한미정상회담 철회’인 데다 현 정부가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총련이 시위 주체이기에 더욱 유감이다.

노 대통령이 대변신을 보여준 방미 외교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이런 식의 문제 제기는 졸렬하다. 시위대의 주장과 달리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국가와 민족의 명운이 걸린 안보와 외교는 오직 국익을 잣대로 거시적이고 신중한 판단을 요하기 때문이다. 또 정상회담은 손바닥 뒤집듯 철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위대는 이날도 한총련 합법화를 요구했으나 막상 자신들의 행동은 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합법화를 원한다면서 달라진 모습은커녕 진지하게 자숙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기본노선이 변하지 않는 한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볼 수밖에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게 불과 며칠 전인데 그들이 왜 그리 무모했는지 안타깝다.

시위대는 한총련 합법화에 전향적인 노무현 정부의 입지마저 크게 좁히는 우를 범했음을 깨달아야 한다. 도로를 무단점거하고 야당 의원들의 입장을 저지하는 등의 실력행사로 노 대통령의 식장 참석까지 지연됐는데 정부가 어떻게 국민을 상대로 한총련 합법화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시위대는 불법 시위 자제를 촉구한 5·18 유족과 광주시민들에게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한총련 합법화 논란과는 별개로 불법 시위 주동자들을 엄단해야 흔들리는 법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와 함께 국가원수가 참석하는 행사인데도 시위를 사전에 막지 못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경호와 경찰 관계자들의 책임도 엄하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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