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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7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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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TG에 입단하면서 받은 첫 봉급으로는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에게 승용차부터 사드렸다. 올해는 척추측만증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 차례. 생각 끝에 허리 치료용 의료기로 결정했다. 200만원 가까이 하는 이 물리치료기는 허리 통증을 덜어주고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운동효과까지 줄 수 있다는 것.
“주위에서 써 본 사람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픈 곳이 많아 잠을 자주 설치는 엄마가 조금이라도 덜 아팠으면 합니다.”
김주성은 프로농구 2002∼2003시즌에서 평생 한번 뿐인 신인왕에 오른 데 이어 TG를 사상 처음 우승으로 이끈 스타. 그는 “내가 이만큼 된 것은 부모님 고생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덕환씨(53)와 어머니 이영순씨(46)는 모두 장애인.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생활보호대상자로 받는 몇푼 안되는 보조금으로 어렵게 아들을 키웠다. 많은 사람이 주시하는 아들에게 행여 누가 될까봐 어렵게 경기장에 가도 한 구석에서 가슴 졸이며 지켜보다 조용히 떠나던 그들이었다.
그런 부모님을 떠올리며 뛰고 또 뛴 끝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김주성은 요즘 휴가를 맞아 부모님과 함께 식사도 하고 친지들에게 인사도 다니며 모처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4일에는 비행기 한 번 타본 적이 없는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괌 여행을 떠난다. 어머니 이씨는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는 데 잘 커준 것만으로도 기특하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지켜보시는 게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빠듯한 훈련과 경기 스케줄 때문에 제대로 보살펴드리지 못해 늘 송구스럽습니다. 자식 노릇 하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김주성의 효심은 큰 키만큼이나 극진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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