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리키는 소방수, 진필중은 방화범?

  • 입력 2003년 5월 5일 0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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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는 3-2 한점 차 리드. 하지만 9회 무사 3루여서 한점만 내줘도 동점이 되는 상황. 이 위기에서 두산 마무리 투수 이리키 사토시(36)는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외야로만 공이 떠도 희생플라이가 되기 때문에 낮게 공을 깔았고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100% 활용했다.

LG 최동수와 김상현을 삼진과 내야 뜬공으로 요리해 투아웃. 마지막 타자 장재중마저 1루수 파울 뜬공으로 잡아낸 뒤 이리키는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마무리에게 가장 힘든 1점차 세이브. 동료들은 너도나도 이리키에게 달려가 머리를 툭 치며 기쁨을 표시했고 두산 더그아웃엔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국내 첫 일본인 수입선수인 이리키는 올해 붕괴 일보직전인 두산 마운드에서 그나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투수. 2001년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두 자리 승수를 따내며 일본 시리즈 우승에 디딤돌을 놓은 베테랑 투수답게 두둑한 배짱과 까다로운 구질로 두산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이리키의 팀공헌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은 올 시즌 그가 거둔 4세이브의 내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4세이브가 모두 2이닝 이상을 던지고 따낸 것이다. 이는 김인식 감독이 ‘믿는 도끼’ 이리키를 고비마다 조기투입했다는 얘기. 그 믿음에 보답하듯 이리키는 시즌초반 2구원패의 부진에서 벗어나 최근 4연속 세이브를 따내며 기아로 간 마무리 진필중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4일 잠실 LG전에서도 2와3분의1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3-2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반면 두산이 8억원에 기아로 보낸 진필중은 이날 수원 현대전에서 소방수가 아닌 ‘방화범’이 됐다. 8회 무사 2, 3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진필중은 심정수에게 2타점짜리 적시타를 맞았고 10-8로 앞선 9회 3안타로 2실점해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 10회엔 현대 심정수에게 좌월 끝내기 홈런까지 맞았다.

현대는 7회까지 10-6으로 뒤졌으나 8, 9회에 2점씩 뽑아 연장으로 몰고 간 뒤 끝내 11-10으로 믿기 힘든 역전승을 따냈다. 심정수는 시즌 8호로 홈런 부문 단독선두.

이 경기에선 지난해 타자로 전향했다가 올해 다시 투수로 복귀한 기아 이대진이 2년6개월여 만에 선발등판했으나 1회 등판하자마자 연속안타를 맞는 등 2와 3분의2이닝 동안 1홈런을 포함해 4안타 4볼넷으로 3실점하고 승패없이 조기강판됐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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