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05…명멸(明滅)(11)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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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혼자 외톨이라 차갑고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어 너의 입을 막고 눈을 감겨 명토로 데리고 갈라고 했는데 이렇게 굿을 해서 나를 불러 주었으니까네 조금 더 기다려주꾸마 굿을 안 했으면 다음 비 내리는 밤에 장이 들러붙어 죽을 낀데 하지만도 지금 이래 고모가 배를 만져주고 있으니까네 내일은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 갈 끼다 우선은 호박죽부터 먹어라 한 술 한 술 천천히 알겠나 호박죽이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거든 그 다음은 도토리묵이다 그라고 너거 엄마한테 유과 만들어 달라고 해라 인혜 언니 그날 학교에서 돌아오면 같이 유과 만들기로 약속했다 아이가 라며 무당이 미소 띤 얼굴로 인혜를 돌아보자 아내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머리를 흔들며 울부짖었다 마당에는 봄꽃이 한창이었다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냉이 제비꽃 여동생이 살아 있었다면 꽃을 따다가 술병과 잔에 꽂아 온 집안이 꽃밭 같았을 텐데 무당은 부엌칼을 입에 물고 춤췄다 박수가 북과 징을 두드리며 반야심경을 읊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둥둥둥둥 징징징징! 갓 싹이 튼 버들가지마저 북과 징소리에 몸을 떠는 듯했다 둥둥둥둥 징징징징!

1941년 5월 6일 소련 수상에 스탈린

소련 정부 최고 수뇌 경질-수상에 스탈린씨

소련의 독재자, 그 이름이 뜻하는 ‘강철 같은 사람’ 이오시프 스탈린씨가 소련 인민위원회의 의장에 취임하고, 지금까지 동 의장 겸 외무인민위원 자리에 이었던 모로토프씨는 의장의 자리에서 물러나 부의장으로 좌천되었다

아들의 병세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다 허장거리가 시원치 않아 살아 있다는 것을 귀신이 알아챘는가 처녀귀신이 된 여동생이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가 아무튼 우환굿도 소용이 없었다 친척집을 돌며 돈을 빌려 5백엔이나 들여 굿을 치렀는데 아무런 효과도 없다니 인력거에 태워 역 앞에 있는 밀양의원 시타무라(下村) 선생에게도 보였지만 이거 여기서는 어렵겠습니다 라며 부산에 있는 제생병원 앞으로 소개장을 써 주었다 수레에 실어 역으로 데려가 아내와 셋이 부산행 보통열차를 탔다 내과 진찰실에서 아내와 나란히 의사 선생님의 진단 결과를 들었다 전염병일 가능성도 있으니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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