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프로축구 '무명 돌풍' 거세다

  • 입력 2003년 4월 29일 14시 09분


코멘트
올 시즌 프로축구에 무명 돌풍이 거세다.

삼성하우젠 2003K리그 개막이후 스타급 선수들이 이름값에도 못 미치는 활약을 펼치는 사이 예상치도 못했던 신인들과 만년 무명 선수들이 그라운드 전면으로 나섰다.

이들의 활약을 보면 '인기는 재능순이 아니라 노력순'이란 것을 실감케 된다.

올 시즌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선수는 안양 LG의 이준영(21). 경희대 2년을 중퇴한 뒤 프로무대에 뛰어든 이준영은 29일 현재 6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며 득점랭킹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전북 현대전에서 후반 교체로 투입돼 첫 골을 잡아낼 때만해도 '멋모르는 신인의 뒷걸음질' 정도로 간주됐다. 하지만 이준영은 지난 13일 데뷔 이래 처음 선발로 뛴 부산 아이콘스전에서 두 번째 골을 뽑아냈고 27일 울산 현대전에서 시즌 두 번째 선발 출장, 2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신인왕 판도를 뒤흔들었다.

그는 시즌 전까지 단 한번도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 적이 없었다. 신인왕 후보는 '한국의 마라도나' 최성국(울산)과 '차세대 스트라이커' 정조국(안양) 등 쟁쟁한 선수들의 몫이었기 때문. 소속팀 안양도 정작 대대적인 '신인왕 마케팅'을 준비했던 정조국이 잠잠한 대신 이준영이 급부상하며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준영은 프로 입성도 극적이었다. 대어급은 아니지만 팀의 기둥감은 될 것이라고 판단한 안양 조광래 감독이 86멕시코월드컵에서 함께 뛰었던 경희대 박창선 감독에게 '이준영을 내놓으라'고 강권하다시피 해 조기 입단을 성사시켰다.

1m78, 75kg으로 공격수치곤 왜소한 체격이지만 성격이 대담한데다 볼키핑력과 수비수를 속이는 페인팅동작, 슈팅 등이 좋아 스트라이커 재목으로 키워 볼만 하다는 게 조광래 감독의 평가. 팀 내 포지션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광주 상무의 한상구(27)는 기나긴 무명시절을 거쳐 군 입대 뒤 한풀이에 성공한 선수.

충남대를 졸업한 99년 안양에 연봉 1200만원 짜리 연습생으로 입단한 한상구는 3시즌 동안 44경기에 출전하며 공격 포인트는 단 한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상무에 입대한 것은 지난해. 현재 상병계급장을 달고 있는 한상구는 그러나 27일 부천 SK전에서 20m와 30m 짜리 중거리포 두 방으로 그동안의 설움을 한꺼번에 날렸다. 대학시절 포워드를 보던 한상구는 안양에서는 수비수로 보직이 바뀌었으나 광주에서 공격수 자리를 되찾으며 잊혀져가던 '킬러본능'을 살려내는데 성공 한 것.

이들과 함께 27일 경기에서 나란히 프로 데뷔골로 대구 FC에 창단 첫 승을 안긴 윤주일과 홍순학도 프로에서의 활약으로 몸값을 재평가받겠다며 날을 바짝 세웠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