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박용우/하루에 30분만 걸어보세요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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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요?”

“틈나는 대로 걸으세요.”

뭔가 특별한 ‘비방(秘方)’을 기대하며 바짝 다가앉는 환자는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2년 전 허리둘레를 6인치 줄여 지금도 이를 유지하고 있는 필자는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체중을 줄이고 처진 뱃살을 빼고 싶다면 반드시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거나 지금의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많이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주일에 14㎞ 이상 걷는 사람은 5㎞ 미만을 걷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21%나 낮았고 그 효과는 나이가 많을수록 컸다. 미국의 또 다른 연구소에서는 건강한 사람들을 신체활동량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고 8년간 사망률을 관찰해 보았다. 역시 가장 체력수준이 낮은 그룹에서 사망률이 높았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두 번째로 낮은 그룹에서 남자는 60%, 여자는 48%까지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 그룹은 매일 30분 정도 걷는 사람들이었다. 세 번째 그룹은 규칙적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들로 두 번째 그룹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루 30분 동안 꾸준히 걷기만 해도 전혀 운동하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살고 꾸준히 조깅을 하는 사람들과 수명차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 몸은 나이를 먹으면서 변해간다. 30세가 넘으면 해마다 근육량은 조금씩 줄어들고, 심장 수축력도 떨어지나 지방량은 늘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 변화는 실제 나이와 일치하지 않는다. 걷기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심폐기능은 나이와 반드시 연관되어 있지 않다. 걷기는 심폐기능을 증진시키고, 혈압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며, 지방축적을 막아주는 한편 근육 손실을 줄여준다. 즉, 신체의 나이를 젊게 유지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3개월 동안 주 4회 규칙적으로 조깅을 해 10㎏ 감량에 성공한 후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다. 대신 틈나는 대로 걸었다. 아예 자동차를 처분해버리고 출근시간에 집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시청역에 내려 서대문사거리 근처의 병원까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었다.

걷기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으며 안전하고 돈이 들지 않는 운동이다. 관절염 환자나 고령자도 무리 없이 할 수 있고, 중년 여성들의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 시속 4㎞(1분에 90보) 정도로 하루 20∼30분, 일주일에 3∼5번 정도에서 시작해 점차 속도와 빈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시속 6㎞(1분에 140보) 정도의 빠르게 걷기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자세는 빠르게 걸으면서 두 팔을 힘차게 흔들어 준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가슴을 편 자세로 발뒤꿈치부터 바닥에 닿도록 하고 발끝으로는 땅을 밀 듯 큰 걸음으로 걷는다. 신발도 중요한데 굽이 높거나 헐거운 신발은 피해야 한다. 관절에 무리가 오기 쉬운 사람은 운동화, 특히 뒤꿈치 충격이 흡수될 수 있는 것을 택하는 게 좋다.

운동은 헬스클럽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멍하니 서 있지 말고 플랫폼 끝까지 걸어보자.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걸어보자.

박용우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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