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98회…명멸(明滅) (4)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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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7월15일 동경올림픽대회 중지가 정식으로 결정됨

동경올림픽 개최 시비는 기도(木戶)후상이 14일 중지를 표명하였으며, 다음날 각의에서 정식으로 결정되었다.

1939년 7월8일 국민징용령 공포

국민징용령이 8일 공포되어, 내지는 오는 15일, 조선, 대만, 사할린, 관동주, 남양 등의 식민지 관계는 오는 10월1일부터 각기 실시된다.

1940년 2월11일 창씨제 실시

미나미(南)총독 부임 이후 통치의 근본 지표로 제창해 온 ‘내선일체’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반도인에게 가문의 창립과 성 변경의 자유를 부가하는 창씨개명에 관한 법률(창씨제)을 오늘부터 시행한다.

여자가 싸웠다 바로 얼마 전 아들을 낳은 여자와 아들인지 딸인지 아무튼 아이를 잉태한 여자가 둘 다 아내가 아닌 여자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쌀집 가네야마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두 여자가 남천교 위에서 스친 모양이다 여자가 고무신을 벗어 던졌다 그런 짓을 할 만한 여자는 뻔하다 얼마 전 아들을 낳은 여자다 그 여자는 투계처럼 성격이 거칠다 고무신은 여자의 배에 명중했다 여자는 몸을 웅크렸다 여자가 다른 한쪽 고무신마저 벗어들고 팔을 높이 쳐들었다 이번에는 등에 맞고 강에 떨어졌다 죽어라 네년도 뱃속의 아이도 다 죽어버려! 여자가 소리를 질렀다 여자가 신음했다 여자는 버선발로 다리를 건넜다 여자는 난간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목을 겨우 가누면서 토했다 카더라 하얀 액체였다고 하니까 쌀뜨물이겠재 건너편 덕이가 등을 쓸어 주었다더라 꺼억꺼억 다 토하고는 울음을 터뜨리더라 카더라 내도 들은 이야기니까네 가네야마는 말했다 그 여자라면 그럴 만도 하다 엊그제 저녁 나도 그 여자 손에 죽을 뻔했다 마누라하고 이혼 안 하면 이 아이 죽이겠습니다 그 여자는 자기 아들의 왼쪽 가슴에 식칼을 세웠다 방금 전까지 젖을 빨고 있던 아이는 입술 끝에 하얀 거품을 문 채 만족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그 여자의 젖가슴은 아내하고 달라 젖이 넘쳐 곤란할 지경이다 해볼 테면 해보라고 나는 말했다 여자가 내 목에 식칼을 갖다댔다 날이 위를 향하고 있었다 아무 느낌도 없었다 칼날 끝에서 열이 방사되었다 눈을 떴지만 빨간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픔에는 저항하고 있었지만 죽는 것에는 아무런 저항도 없었다 동경올림픽은 중지되었다 다음 올림픽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4년 후 설사 어떤 나라에서 행해진다 해도 일본은 기권할 수도 있고 나는 그때는 이미 서른한 살이다 지금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한다 꿈은 조각났고 이름도 빼앗겼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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