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낮엔 샅바싸움 밤엔 책과 씨름

  • 입력 2003년 4월 11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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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들은 지금 공부중’.

프로씨름 선수들이라고 모래판에서 씨름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주경야독의 학구파가 많은 게 바로 모래판이다.

올 들어 설날장사대회와 영천장사대회를 잇달아 휩쓴 ‘모래판의 지존’ 이태현(27·현대중공업·사진). 그는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은 숙소가 있는 울산에서 용인을 비행기와 차를 갈아타며 왕복을 한다. 용인대 임순길 교수의 지도로 박사과정을 밟고있기 때문이다.

이태현은 지난해 봄 ‘민속씨름의 발전사’라는 논문으로 용인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그의 장래 꿈은 교수. 운동 처방을 주제로 박사과정 연구에 몰두해있는 그는 “피곤할 때도 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천하장사 2번, 백두장사 3번 우승의 화려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는 ‘들소’ 김경수(31·LG투자증권)는 교육학 석사. 2001년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씨름선수들의 경쟁 불안’이라는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 씨름선수 및 다른 종목 선수들이 느끼는 불안 요인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이 논문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경수는 내년쯤 박사과정에 도전할 생각이다.

이들 외에 현대중공업의 장정일(26)은 인제대, 장윤호(27)와 김종진(26)은 울산대에서 각각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 또 신창건설에도 김경덕(25·인제대) 이준우(23·경남대)가 낮에는 샅바, 밤에는 책과 씨름하고 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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