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회의내용 숨기는 게 국익인가

  • 입력 2003년 4월 9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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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한미간의 주요 현안을 다루는 협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국방부가 보인 행태가 걱정스럽다. 국방부는 8일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에 참석하는 우리측 대표단에게 ‘회의의 중요성과 국익을 감안해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으며 유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고 한다. 국방부가 발표하는 내용 이외에는 일절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빗장을 채운 것이다. 국방부는 ‘미확인 보도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서약서를 받았다고 하지만 부작용을 막으려면 오히려 진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과 미2사단 재배치는 국가의 안보 및 국민의 안위와 직결된 중대한 현안이다. 용산기지 이전에만 수십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정적 부담 또한 엄청나다. 기지가 옮겨갈 지역의 주민 의사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단 몇 명이 은밀하게 논의한 뒤 불쑥 결과만 발표해도 되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양국은 1차 회의에서 용산기지 조기 이전, 미2사단을 포함한 주한미군기지 통폐합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기 이전이 어느 시점을 말하는지, 주한미군의 핵심인 미2사단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이 없다. 이미 미2사단의 한강이남 이전설까지 나와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현실에 침묵하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

양국이 합의했다는 ‘한국의 역할 증대’도 은밀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하는 게 옳다. 주한미군의 변화가 결과적으로 전쟁 억지력은 약화시키면서 한국의 부담만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알리고 싶은 것’만 공개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면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 주한미군의 변화를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저의가 아니라면 협의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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