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부정’ 드라이버 “꼼짝마”

  • 입력 2003년 4월 2일 18시 12분


‘드라이버 검문 있겠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가 ‘부정 드라이버’ 적발을 위해 2일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7월 웨스턴오픈 때 진자모양의 휴대용 테스트장비로 선수들이 들고나온 드라이버 성능을 현장에서 직접 조사키로 한 것.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골프협회(R&A)는 수년간의 논란 끝에 지난해 드라이버 반발계수(COR) 허용치를 0.830 이하로 규정했다. 골프의 묘미를 반감시키는 고성능 장비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이유.

반발계수란 ‘충돌하는 두 물체 사이에서 운동(속도)에너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되는가를 수치로 나타낸 것’. 휘두른 골프클럽이 지닌 운동에너지가 100% 골프공에 전달되는 경우의 반발계수가 1이다. 전문가들은 진공상태가 아닌 현실 조건에서 반발계수 한계를 0.930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드라이버 중 반발계수가 가장 큰 것이 0.87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성능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는 셈.

이에 따라 미국PGA투어 사무국은 선수들과 클럽메이커들이 의뢰한 제품의 트램폴린 효과(일명 스프링효과)를 테스트해 적합성 여부를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선수들이 실제로 ‘적법한’ 드라이버를 사용하는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과 모델명 및 겉모습만 같을 뿐 반발계수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위장 드라이버’를 얼마든지 따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PGA의 특단의 조치는 그래서 나왔다.

성(性)대결을 벌일 예정인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올 시즌 미국LPGA투어에서 드라이버샷 랭킹 1위(287.7야드)를 달리고 있다. 아무리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지만 지난해 기록(265.6야드)보다 무려 22.1야드나 늘어난 엄청난 기록. ‘가장 먼저 소렌스탐이 사용 중인 드라이버 반발계수를 측정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양심불량 선수’를 적발해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팀 핀첨 미국PGA 커미셔너는 “지난주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도중 열린 선수미팅에서 시범 테스트를 했지만 선수들의 반발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위장 드라이버 문제를 계속 제기해 온 세계랭킹 5위 데이비드 톰스(미국)는 미국PGA의 결정에 적극 찬성했다.

하지만 7월 웨스턴오픈에서의 현장테스트는 미리 통보한 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 여부는 미지수. 위장 드라이버를 완전히 추방하기 위해 ‘불심검문’을 해야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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