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80…손기정 만세! 조선 만세! (8)

  • 입력 2003년 3월 3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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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 파파 큐큐 파파 질투 따위! 내 몸에서 나가! 돌을 강에 던지려고 팔을 들어올렸는데 파아파아파아파아 돌을 꼭 쥔 채 팔을 내리고 말았다. 파아파아 비참함이 가슴으로 싸하게 번져 파아파아 아이고!

남천교 위에는 호외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길 가던 사람들이 주워 보고는 놀람과 기쁜 환성을 지른다. 어떤 사람은 소매에 넣고 가지고 가고, 어떤 사람은 다 읽고는 내버리고, 또 어떤 사람은 그것을 줍고, 버리고, 강에 떨어져 흘러간 호외도 있다. 호외 한 장이 없어지면, 특별한 일 따위 하나도 없었던 것처럼 거리도 사람도 한낮의 정적으로 돌아갔다.

매에 음매, 건너편 강가에서는 염소와 소가 풀을 뜯으면서 높고 낮은 대조적인 소리를 내고 있다.

다리 밑에 군생하고 있는 갈대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지금은 보라색이지만 매미 소리가 그칠 무렵에는 누렇게 변하기 시작할 테고, 가을이면 억새 이삭처럼 하얗게 털이 일 것이다. 황새가 갈대인 척 한 발로 서서 물고기를 노리고 있다. 메기, 잉어, 장어하고 방어도 한참 기름이 올랐을 때다.

소나무 숲에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 낚시를 하는 남자들, 조선 사람들은 하얀 한복을 입고 있어서 금방 구별이 간다. 우근이는 어디서 놀고 있을까. 눈 닿는 곳에는 있지 않은데, 그럼 용두목인가? 용두목에서 놀면 절대 안 된다, 너거 누나가 거기서 빠져 죽은 거 잊었나, 하고 입이 닳도록 말했건만, 인혜의 얘기를 듣자 하니 친구들과 함께 버드나무에서 물로 뛰어드는 모양이다. 밀양 보통학교 2학년 대나무반, 지난 4월 7일 11세가 되었다. 하기야, 나도 그 나이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용두목에 풍덩 뛰어들기는 예사고, 개구리를 산 채로 꼬치에 끼워 구워 먹기도 하고, 남의 밭에 몰래 숨어 들어가 수박 참외를 서리해 먹었다. 일일이 잔소리를 해 봐야 소용없다, 때가 되면 다른 일에 몰두할 것이다, 내가 달리기에 몰두한 것처럼, 우철은 한숨과 함께 풀밭에 벌렁 누웠다. 구름이 갈고리모양 갈빗대처럼 주름져 있다. 등뼈가 없는 갈비뼈로군, 종남산 위에 떠 있는 구름은 드넓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백조 같다, 날개를 펼치고, 날개를 기울여 방향을 바꾸고, 아이구 정말 나네, 바람이 센가 보군,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는, 어어, 이번에는 총 맞아 날개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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