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성원/'유시민 거들기'

  • 입력 2003년 3월 23일 19시 02분


민주당 지도부는 다음달 24일의 경기 고양 덕양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혀 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논란이 적지 않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23일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개혁국민정당과의 공조원칙에 따라 고양 덕양갑에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개혁국민정당은 대선 때 우리와 공조했으므로 우군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개혁국민정당 유시민(柳時敏) 전 대표가 당선할 수 있도록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지난 대선 때 노 후보의 당선을 도와 준 ‘우당(友黨)’에 대한 도리라는 뜻이다.

그러나 공당으로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재보선에 공천을 포기하겠다는 데 대해 상당수 의원들은 “당원과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하고 있다.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당무위원회의의 토론이나 공식 결정도 거치지 않은 채 특정 세력를 위해 공천을 포기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말했다.

해당 지구당에서도 “중앙당이 지역주민을 위한 활동도 일천하고 인지도도 낮은 남의 당 후보를 위해 공천 의무를 저버린다면 상향식 공천을 한다는 ‘당 개혁안’에 따라 당원들이 직접 후보를 선출하겠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실제로 비대위가 23일 독자적으로 실시한 후보 경선에 1500여명의 당원이 참여할 정도로 ‘아래로부터의 공천 열기’는 중앙당 지도부의 복잡한 계산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특정 정당이 후보를 내고 안 내고는 그 당의 ‘집안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천 지원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후보자를 안내는 데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세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몇몇 지도부 인사들이 설득력이 별로 없는 이유를 들어 공천을 하지 않는다면 과거 DJP 연합처럼 ‘인위적 새 판 짜기’를 위해 선거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최소한 당론통일 과정을 거치든지, 개혁국민정당과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당 대 당 연대를 공식화하는 절차를 거쳐야 옳다. 그것이 공당으로서 국민과 지역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박성원기자 정치부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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