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음식]맛 찾아 南으로…남도 맛기행 가볼만한 곳 14選

  • 입력 2003년 3월 19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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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배가 불러야 구경할 맛도 나는 법. 허나 먹는 걱정 덜어낸 요즘. '식후경'도 그 의미가 좀은 달라졌을 터. 경치니 구경이니 하는게 실제로 가보면 TV로 본 것만 못한 게 다반사니 시들~ 할 만도 하다. 그러니 구경보다는 먹는 데 관심이 쏠린다. 미각을 쫓아 떠나는 맛 기행. 이제는 '선식 후경'(先食 後景)이다. 현대판 '식후경'이다. 춘색 완연한 남도 식도락 여행길로 안내한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리고 난 뒤 각광받는 서해안 여행지로는 변산반도(전북 부안군)가 으뜸이다. 산과 바다로 내외(內外)가 분명한 이 경승지 여행길이 수도권에서 무려 한 시간 이나 단축된 덕. 내소사의 전나무 숲 터널길이나 직소폭포 지나는 숲길, 채석강의 낙조 등등이 지척에 들어선 느낌이다.

서해안 고속도로 부안IC. 국도 30번은 변산반도의 바다를 두루 돌아 내륙으로 들어간다. 부안읍 지나 오른 편에 펼쳐진 너른 들. 1960년대 간척지다. 이 ‘인공 육지’ 끝에는 아직도 ‘계화도’라고 불리는 섬 아닌 섬이 있다. 간척된지 오래건만 해안은 옛 섬 그대로 인지라 아직도 이리 불린다. 인적 없는 ‘땅 끝’의 갯마을 주변은 낙조보며 산책하기에 좋다.

변산의 앞 바다. 뻘 반, 물 반이다. 간조 때는 개펄 지평선이 수평선까지 따라간다. 지구 생물의 20%가 산다는 생명의 터전, 뻘. 맛난 바지락도 그 중 하나다. 허나 새만금 방조제 완공되면 사라질 운명. 변산 뻘 바지락죽 맛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 변산반도 바지락죽 고소한 맛 일품

변산반도의 제 1경은 채석강이다. 켜켜이 쌓인 선비의 서책을 닮은 바위가 지천인 이 곳. 저녁 놀 들즈음이 가장 아름답다. 바로 옆 격포 항의 하얀 등대 딸린 방조제도 산책길로그만이다.

다시 서해안고속도로. 남행 길은 무안을 스친다. 영산강 하구의 황톳골 무안. 예로부터 장어가 유명했다. 하구 둑막이로 양식만 쓰지만 손맛만큼은 전통의 깊이를 더한다. 낙지도 알아준다. 버스터미널 앞 낙지골목이 명소다.

무안 낙지 거르더라도 실망은 말자. 영암에서 맛 볼 기회가 있으니까. 영암은 백제 왕인 박사의 고향이자 그가 일본으로 배를 타고 떠난 곳. ‘남도의 소금강’이라는 기막힌 월출산이 트레이드 마크다.매월 보름 월출산 달맞이 공연도 볼 만 하다.

서해안고속도로의 종점 목포. 동서횡단 2번 국도가 예서 시작된다. 중앙분리대까지 갖춘 폼 나는 ‘기간국도’로 다시 태어난 이 길. 서행(西行)길에 지나는 ‘십자로’ 성전(강진군)에서 13번 국도로 남행한다. 길은 갈두리(해남군)에서 끝난다. 땅끝이다. 북상길에 대찰 대흥사(혹은 대둔사), 고찰 미황사가 있다.

대흥사 앞길은 운치있는 숲 터널이다. 울창한 동백 숲에서는 빨간 꽃 만발해 선경을 이룬다. 경내에서 만나는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 선사(1786∼1866) 동상. 내친 김에 뒷산 중턱의 일지암까지 오르자. 선사가 기거한 초막은 한국 선다실(禪茶室)의 전형이다.

# 남원 추어탕에 여행 피로 풀고…

이어 찾는 강진땅. 다산초당부터 찾자. 강진은 다산(1762∼1836)의 유배지로 초당은 선생이 머물며 400여권의 저서를 집필한 곳. 예서 산길로 언덕을 넘으면 만덕산 백련사다. 800m 쯤 강진만 내려다보이는 산중턱. 경내 찻집 ‘선다원’에 들러 솔잎 차로 목을 축이자. 곡우(4월 20일)지나면 햇차 맛도 본다.

길은 순천으로 이어진다. 송광사 선암사가 봉우리 양편 기슭에 깃든 조계산, 산으로 뺑 둘린 낙양 들판에 읍성이 자리잡은 살기 좋은 곳. 선암사는 절 풍경 콘테스트 하면 단연 금메달 감이다. 청 매화 홍 매화 앞다투어 피는 지금이 그 절정이고. 매화 질 즈음 벚꽃 피고, 벚꽃 질 즈음 겹 벚꽃 핀다.

순천과 광양은 지척간. 광양 백운산의 옥룡사터 동백 숲을 찾자. 숨겨진 명소로 4월이 제 철이다. 남해고속도로로 이어지는 하동. 호남의 광양, 영남의 하동 사이를 흐르는 섬진 강을 만난다. 광양 매화마을의 매화는 절정에 올랐다. 청매실 농원에서 매화 못보면 이 봄은 무효다. 강 따라 북상하면 지리산 자락 구례. 이 땅에 화엄사상을 펼친 화엄사, 지리산 봄을 노란 산수유꽃으로 온통 칠하는 산동면 산수유마을도 지난다.

두르고 둘러 돌아 본 남도 봄 여행길. 그 종착은 남원이다. 광한루 부근에서 맛보는 칼칼한 추어탕 한 그릇이면 여독이 싹 가신다. 귀경루트는 19번 국도로 장수에 가서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좋다.

● 남도 맛기행 패키지

남도의 다양한 맛집 14곳을 두루 섭렵하며 식도락을 즐긴다.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남도 맛 기행 패키지 상품
일정코 스출발(일)가격(원)맛 집
3일변산반도∼월출산(온천관광호텔)∼대흥사∼다산초당∼보성차밭∼선암사∼화개장터∼쌍계사∼지리산온천∼광한루3월/25
4월/1,8,
15
32만5000바지락죽/장어구이/갈낙탕/짱뚱어탕/
일품매우/진일기사식당 백반/지리산 대통밥/추어탕
2일1박진도(영등제)∼땅끝∼대흥사∼다산초당∼월출산온천4월/17,1816만8000장어구이/한정식/꽃게탕/설성식당 정식
2일무박땅끝∼보길도∼강진∼보성차밭토요일마다 7만2000꽃게탕/짱뚱어탕



▼매향에 취해 장어 한접시…남도 식도락 기행▼

하얀 매화꽃이 활짝 핀 섬진강변 매화마을의 청매실 농원. 광양의 매화는 지금이 절정이다. 조성하기자

섬이 육지 되면 어민 역시 농민이 된다. 그러나 육지 된 계화 도(전북 부안)에서 딱 한 사람, 현대수산횟집(①)의 김철수씨(49)만은 예외다. 대물려 고깃배 띄우는 유일한 주민. 직접 잡은 싱싱한 자연산 활어 회를 내는데 싸고 푸짐하기로 이름났다. 변산 뻘 역시 계화도처럼 육지 될 운명. 게서 잡히는 바지락 맛보자면 변산온천산장(②)이 제 격이다.

영산강 장어는 사라졌어도 그 맛은 살아있다. 그 현장은 무안 회산백련지 가는 길의 명산장어집(③). 3대째 대물려 장어를 구어 낸다. 낙지 맛보기는 영암으로 미루자. 동락식당(④)이 있으니. 갈낙 탕의 맛깔 난 국물, 연포 탕의 시원함은 낙지명가를 이루고도 남는다. 해남하면 대흥사, 대흥사 하면 절담장 아래 개울가의 전통한옥 여관 유선관(⑤)이다. 깔끔한 상차림의 아침 저녁상이 기품 있는 산사의 한옥 온돌방에 차려진다.

남도 상차림의 전형은 강진의 청자골 종가집(⑥)에서 볼 수 있다. 육해공 산해진미가 상다리 휘도록 차려 나온다. 허나 갯가에서는 역시 해물이 입맛을 당기기 마련. 강진 개펄을 펄펄 날아다니는 힘 좋은 잠둥어(현지에서는 짱뚱어라고 부름)가 제격. 매운탕 끓이고 꼬챙이에 구워 내는 동해회관(⑦)이 있다. 병영(면)은 강진의 내륙. 하멜일행이 살았다해서 하멜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 푸짐한 시골상차림의 정식을 내는 설성식당(⑧)이 있다. 할머니들 손맛이 깔끔하다.

기사식당 음식도 품격 높은 것이 남도다. 승주IC 근방의 진일기사식당(⑨)은 남도의 넉넉한 인심이 상위로 철철 넘쳐흐르는 백반 집. 열 서너 가지 반찬 한가운데 김치찌개가 놓이는데 1인분도 마다 않고 차려준다. 일품매우(一品梅牛·⑩). 매실사료로 키운 한우 쇠고기만 내는 식당이다. 주인은 섬진강변 청매실농원의 홍쌍리여사 며느리인 박현려씨. 매실명가에서 개발된 이 쇠고기는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 1등급 만 선별해 공급하느라 이지역 도축장까지 인수했다. 참치 회 같은 일품매우 생고기는 꼭 맛 보자.

광양 백운산은 흑염소 구이로도 유명한 곳. 동곡리 매화가든(⑪)에서는 흑염소와 뼈 바른 오리, 닭고기 주물럭을 숯불구이로 낸다. 화엄사 입구의 지리산 대통밥(⑫)식당에서는 대나무와 녹차를 달여 만든 약물에 찹쌀 흑미 넣고 지은 대통밥을 한정식 상에 낸다. 지리산을 대표하는 토속음식으로 손색없는 특미다. 남원 새집(⑬)은 44년 역사의 추어탕 명가답게 자연산 토종 미꾸리만으로 탕을 끓여 낸다. 이 집 음식을 두루 맛보자면 추어정식(숙회+튀김+탕)이 좋다.

마지막으로 담양의 신식당(⑭). 갈빗대에서 발라낸 갈비 살을 토닥토닥 칼로 저며 부드럽게 만든 다음 갈비뼈에 도톰하게 붙인 뒤 은근한 숯불에 구워낸다. 모양이 떡을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인데 그 맛이 절묘하다. 갈비탕은 12시전에 가야 맛 볼 수 있다.


전남·전북=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조성하 기자가 추천하는 남도 맛집 14곳
식당주인전화위치찾아가기
현대수산회집김철수063-583-1895부안군 계화면부안IC∼30번국도∼부안∼등용삼거리(등용미곡종합처리장)에서 705번 지방도(계화 돈지 행)∼4㎞∼삼거리∼왼쪽∼대화리
변산온천산장신윤희063-584-4874부안군 변산면부안IC∼30번국도∼해창/좌회전∼변산온천 가는 길 중간/우회전
명산장어집김귀선061-453-0715무안군 몽탄면무안읍∼무안병원∼811번∼파군교 직전/좌회전∼2㎞ 지점.
동락식당임기산061-473-2892영암군 영암읍영암읍내 군청 옆 공원 앞, 광주에서 오면 등기소 앞.
유선관윤재영061-534-3692해남군 대흥사해남읍∼13번국도(완도방향)∼827번지방도∼신기리∼807번지방도∼대흥사 숙박단지∼숲 터널∼대흥사
청자골 종가집이상귀061-433-1100강진군 군동면 2번국도(장흥방향)∼소방대(사거리 좌회전)∼종합운동장 앞
동해회관이순임061-433-1180강진군 강진읍강진읍 외곽도로∼프린스모텔 옆 골목
설성식당신화자061-433-1282강진군 병영면835번지방도(영암방향)∼병영면∼남삼인리(LG주유소 건너)
진일기사식당배일순061-754-5320순천시 승주읍호남고속도로/승주IC∼22번국도(순천방향)∼857번지방도(선암사 방향)∼굴다리 통과 후 오른편. 승주IC로부터 800m.
일품매우박현려061-724-5455순천시 연향동2번국도∼순천시내 체육공원∼연향동(금당2지구 금당파출소 부근)
매화가든정행자061-762-2128광양시 동곡리남해고속도로∼광양IC∼옥룡면∼동곡리
지리산 대통밥정선행061-783-0997구례군 마산면하동∼19번국도(남원방향)∼18번 국도∼화엄사 입구
새집서정심063-625-2443남원시 천거동18번국도∼남원∼광한루 주차장에서 곡성방향 500m(남원MBC 옆)
신식당이화자061-382-9901담양군 담양읍담양읍내 구 죽물박물관 옆 시장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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