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네덜란드]애인없인 살아도 축구없인 못살아

  • 입력 2003년 3월 19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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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프로축구 열기는 폭발적이다. 2월 아인트호벤의 박지성과 이영표가 데뷔했던 즈볼러전만 봐도 그렇다.

네덜란드 촤하위팀과의 대결이기 때문에 결과가 뻔했지만 관중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찼다.

관중들이 한마음이 돼 팀깃발을 펼치며 우렁찬 목소리로 응원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학교나 직장에서의 화제도 대부분 축구다. 여성들도 축구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인기선수보다 축구 자체에 관심이 더 많다. 학교에서 여학생이 전날 축구경기의 내용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을 듣고 내심 놀란 적이 있다.

특히 송종국이 뛰고 있는 페예노르트 팬들은 네덜란드에서도 극성맞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들에게 축구는 취미가 아니라 인생의 한 부분이다. 그들은 자신을 ‘군단’이라고 부른다.

로테르담 시민들은 전부 페예노르트 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서포터스가 되다 보니 팀 사랑도 대물림하는 듯싶다. 페예노르트 경기가 있는 날이면 너도 나도 팀 깃발을 자동차나 자전거에 달고 다닌다. 그러다가 지기라도 하면 도시 전체가 초상집이다.

시민들은 자신이 페예노르트 군단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들은 페예노르트의 라이벌인 아약스를 적으로 보는 것은 물론 증오하기까지 한다. 1983년 유럽축구 스타 요한 크루이프가 페예노르트에 입단한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팬들이 클럽 멤버가 되기를 거부한 적이 있다. 아무리 축구천재라지만 아약스 선수였던 크루이프가 페예노르트에서 뛸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페예노르트 군단의 축구사랑이 너무 지나치다 보니 사고도 적지 않다. 1997년 3월에는 수백명의 아약스 팬들과 페예노르트 팬들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져 여러 명이 다쳤고 한 명은 숨지기까지 했다.

그래서인가. 네덜란드 사람들은 한국 축구팬들이 2002월드컵 때 아무 사고 없이 뜨겁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한국에서 23일 K리그가 개막된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로테르담=최삼열 통신원 sammycho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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