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失言 지적이 개혁 흔들기?

  • 입력 2003년 3월 11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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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가 취임 직후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0일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내 눈길을 끌었다.

언론이 ‘수능시험 자격고사 전환’이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 유보’ 등의 발언을 비판하는 것은 보수언론의 ‘개혁부총리 흔들기’라는 요지였다.

전교조는 “국민의 개혁 요구를 등에 업고 임명된 만큼 부총리의 개혁적인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며 “그런데도 일부 언론이 그의 개혁 구상을 실무부서와 협의도 거치지 않은 경솔한 발언으로 매도하고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나아가 보수언론과 교육부 관료집단의 개혁부총리 흔들기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질 낮은 해프닝’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개혁 성향을 갖기만 하면 어설픈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져올 파장은 무시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윤 부총리가 10일 오전 교육부 실국장 회의에서 “처음부터 조직에 누를 끼쳐 미안하다. 앞으로 언행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사과함으로써 전교조의 ‘감싸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김신복(金信福) 전 차관의 이임 소감은 되새겨볼 만하다. 그는 “취임 전에도 사무관이나 실무자 이름을 꿸 정도로 교육부를 제법 안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그렇지 않더라. 소위 ‘진주마피아’ 등 파벌 싸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일부 외부 인사들이 오래전의 인상을 갖고 교육부의 자질과 근무태도를 비판하는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내에서는 김 전 차관의 이 발언을 “교육부는 장관을 뺑뺑이 돌리고 바지저고리 만드는 곳” “진주마피아와 서울사대파가 싸운다”고 질타한 윤 부총리를 겨냥한 ‘충고’로 해석했다.

윤 부총리는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른 이상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선입견을 갖는 것은 삼가야 한다. 전교조 역시 그에게 ‘개혁’이란 멍에를 씌우는 것이 오히려 그의 운신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인철기자 사회1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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