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은행장 교체 "우리는 아닌데…"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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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민 우리 조흥 외환 등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의 행장과 임원들은 몹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 유관기관이 최대주주인 은행의 행장추천위원회에 민간 전문가 1명을 추천해 참여시키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행장 선출 과정에 개입할 용의는 없다고 말하지만 해당 은행들은 정부가 주총을 앞두고 이런 의도를 내비친 것은 행장을 교체하려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합니다. 흥미로운 현상은 국민 조흥 우리 외환 등 시중은행들이 한결같이 ‘정부가 행장 교체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맞는데 우리는 아니고 다른 은행에 해당되는 얘기’라며 서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은행이 내세우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김정태 행장은 시장이 키운 인물이다. 정부가 맘대로 할 수 있겠는가. 골드만삭스와 ING의 지분을 합치면 정부 지분에 못지않다.”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이 4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도 “이강원 행장이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고 자리를 잡았다. 정부쪽에 알아보니 이 행장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더라”고 주장합니다.

우리은행도 “정부가 주인이므로 어떤 결정이든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덕훈 행장이 조직을 잘 추슬러 합병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은행 자산도 급증하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신한은행에 흡수합병되느냐의 기로에 놓인 조흥은행은 예보가 80.04% 지분을 가진 정부 소유 은행입니다. 홍석주 행장을 교체할지 여부는 순전히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겠지요. 홍 행장은 그동안 매각논의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매각중단 로비를 펼쳐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사실입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정부의 의중을 알아보려고 접촉해봤지만 ‘경찰서장(금융감독위원장)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에 파출소장(은행장)을 놓고 왜 그리 야단이냐’는 식”이라고 푸념했습니다. ‘파출소장’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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