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뉴욕타임스]美 10대들 "그래 뚱뚱하다, 어쩔래"

  • 입력 2003년 3월 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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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세대가 기성 세대의 ‘살 공포증’에서 벗어나고 있다.

10대들은 어른들과 달리 탄수화물에 대한 공포를 찾아보기 힘들다. 10대는 날씬하지 않더라도 브리트니 스피어스처럼 허리선이 드러나는 청바지와 상체를 꽉 조이는 웃옷을 자신 있게 입고 다닌다.

곧 출간될 ‘건강한 10대, 몸과 마음’의 저자인 안드리아 마크스 박사는 “인종과 민족에 관계없이 10대층 전반에서 날씬한 몸 강박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면서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 신세대 여성은 날씬함에 집착하지 않고 풍만한 자신의 몸매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근육질의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왼쪽)와 풍만한 체격의 스타 제니퍼 로페즈(오른쪽) 등이 신세대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대형 사이즈의 옷만 파는 체인점 토리드는 젊은 여성들이 날씬함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을 포착해 사업에 성공하고 있다. 몸피가 큰 아이들이 자신의 살갗이 드러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현상을 반영하듯 노출이 심하거나 비닐 소재의 바지, 화려한 속옷이 잘 팔리고 있는 것. 2001년 첫선을 보인 토리드는 지난해 체인점을 21개로 늘렸으며 올해는 25개를 새로 개점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창립자인 베스티 맥로린은 “요즘 여자아이들은 남에게 (여자보다는) 친구처럼 보이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토리드와 비슷한 종류의 옷을 파는 온라인 업체 ‘얼라이트 닷컴(Alight.com)’은 2년 동안 매출액이 42%나 늘었다.

이 회사 노먼 웨이스 대표는 “우리는 몸에 꽉 끼는 웃옷과 함께 팔과 등이 드러나는 웃옷, 소매가 없는 속옷, 반바지 등을 팔고 있는데 몸피가 풍만한 아이들은 이런 옷을 입으며 자신의 몸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지 ‘코스모 걸’의 30세 편집장인 아투사 로벤스타인은 살이 찐 모델의 사진을 게재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날씬한 모델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몸매를 남자를 꾀는 도구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크스 박사는 2주 전 놀랍고도 반가운 대학생을 만난 경험을 들려준다.

그 학생은 건강하면서도 몸이 컸지만 “다이어트에 관심이 없으며 나는 나일 뿐이라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풍만한 체격인 스타 제니퍼 로페즈와 근육질의 테니스 스타 세레나,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 등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방기금을 보조받는 단체에서 성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한 것도 ‘날씬한 여성’에 집착하지 않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뉴욕 브롱크빌 고교의 학생 에밀리 레슬리는 “이상적인 몸매는 운동선수의 몸”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중요한 것은 건강이며 친구들도 모두 스포츠에 빠져 있다”면서 “점심 때 오이만 먹고 어떻게 운동하느냐”고 덧붙였다.

흑인과 라틴계 문화의 영향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몇 가지 연구에 따르면 이들 소수 인종은 풍만한 여성을 미인으로 친다.

로체스터대의 청소년 의학 전문가인 존 클레인 박사는 “여러 민족과 섞여 지내는 아이들은 다른 문화를 잘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미국인의 체형이 커졌고 이런 점이 당연시됐기 때문일 것이다. 청소년의 14%는 비만이며 이는 20년 전의 3배다. 이런 현상은 청소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비만 청소년은 이전에 성인에게서나 발견되던 심장병과 2형 당뇨병의 희생자가 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존심 상하고 우울증에 걸리고 있다.

청소년들이 날씬함에 대한 집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는 있지만 비만 때문에 음식을 안 먹는 거식증이나 폭식과 다이어트를 되풀이하는 폭식증 등 식사장애 환자의 수는 별로 감소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풍만한 몸과 비만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기준에 따르면 15세인 여자아이의 경우 키가 155㎝일 때 58㎏ 이상, 키 174㎝일 때 70㎏ 이상이면 비만이다.

토리드 가게에 옷을 사러 온 키 180㎝에 풍만한 체격의 10대 다이애나 트램플러는 “남이 나의 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며, 그냥 나로 대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3세의 탄탄한 몸매의 금발 여성 네이사 마레크는 “17살 때 다이어트를 하고 사이즈 8의 옷을 입었는데 거울에서 빗장뼈가 튀어나온 것을 보고 다이어트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이즈 14의 옷을 입고 있다.

키 177㎝에 78㎏인 여고생 자넬 타티스는 “내가 뚱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가장 친한 친구인 사마린은 나보다 훨씬 뚱뚱한데도 꽉 조이는 웃옷을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틴 보그의 편집장인 아미 아스틀리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바뀌는 것을 원치 않고 자연적인 체형과 싸우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뼈다귀로 부른다. 이것을 단순히 유행으로 봐야 할까.”

(www.nytimes.com/2003/01/26/fashion/26GIRL.html)

정리=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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