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55…입춘대길(16)

  • 입력 2003년 2월 28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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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꽉, 꽉, 백조 한 마리가 세 번을 울고 무리에서 날아올랐다가 살얼음이 낀 물 위에서 미끈 미끄러져, 뒤쫓다 앞질러간 다른 백조의 가슴에 가슴을 부딪쳤다.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똑같은 두 마리 백조는 끝이 거뭇거뭇한 노란 부리를 마주하더니, 그 부리를 하늘로 향하고 목소리를 맞췄다. 꽉! 꽉! 곽! 꽉! 꽉! 꽉!

“저기 좀 봐, 백조야. 저게 엄마고, 저게 아빠, 뒤에서 헤엄치고 있는 백조는 아기 백조인 것 같다. 얼마 전까지 회색이었는데, 털갈이를 했는가 새하얗네, 이쁘재? 강물이 다 얼었는데 춥게 보이재? 하지만 괜찮다, 백조는 추운 것을 아주 좋아한다. 봄이 돼서 따뜻해지면, 가족들하고 같이 시베리아로 날아간다. 시베리아는 아주 추운 곳인갑더라. 너거 아빠가 가르쳐 줬다. 아빠는 아는 게 웡캉 많다, 아무 거나 물어도 금방 다 대답해 주니까네. 백조는 말이다, 시베리아에서 여름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다가, 겨울이 되면 먹을 게 없어져서 날아온다고 하더라.”

“엄마, 아빠.” 소진은 백조를 가리키며 서릿발에 부풀어 오른 땅을 밟고는 후후후후, 후후후후 하고 웃었다.

“…소진아, 엄마의 아빠는 이 강에 빠져 죽었다. 그래서 엄마는 이 강이 웬수 같았다. 그런데 너거 아빠도 이 강에 묻혔으니, 엄마는 이 강을 무덤이라고….”

미령은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그 손에 미루나무 마른 가지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잘 한다! 꽉! 꽉! 더 높이! 꽉! 소름끼치는 침묵 속에서 온갖 소리가 태어나고 그리고 사라진다. 미령, 정말로 예쁘다 여기도 여기도 여기도 전부 내 거다 꽉! 꽉! 꽉!

“엄마, 노래.”

미령의 슬픔에 메인 목이 노래로 부풀었다. 솔솔 살랑살랑 솔솔 살랑살랑, 강바람이 불어와 노래를 몰아, 노래와 하나가 되어 불며 지나갔다, 저 편으로.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고요

우지우지 내 동생 울지 않아요

이 집 저 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참말 좋아요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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