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쟁억지는 한미동맹 강화로

  • 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56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어제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에 대한 공격은 자칫하면 한반도에 전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그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쟁으로) 다 죽는 것보다는 어려운 게 낫다”라는 말을 한 것이 불과 1주일 전이다. 그만큼 북핵을 둘러싼 상황이 절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제 발언은 ‘경제의 불확실성 해소방안을 제시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끝에 나온 것이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한국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생각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또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부인한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노 당선자는 “한미 관계는 그동안 돈독했고 지금도 돈독하며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당선자의 거듭된 ‘전쟁’ 얘기는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다음 주에 취임할 대통령당선자가 비극적 가능성을 언급할 때마다 국민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노 당선자가 한미 사이에 견해차가 있다고 여기저기서 언급하는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무장을 포기하게 할 가장 강력한 카드인 한미동맹에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는 것은 우리의 대북 협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현재의 한반도 위기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재가동으로 시작됐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위기는 해소된다. 그렇다면 한미가 힘을 합쳐 북한을 변하게 할 방안을 찾아야지, 한미 사이의 견해차 확인에 힘을 쏟을 이유는 없지 않는가.

설사 전쟁 가능성이 있다 해도 한미동맹보다 더 확실한 전쟁억지력은 없다. 한미 양국이 충분한 전쟁억지력을 유지해야만 외국인 투자도 안정적으로 계속된다. 노 당선자가 ‘존재하지 않는 불안을 큰 불안으로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에게도 한번 적용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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