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종이 호랑이’ 高大 농구 “이충희가 살려라”

  • 입력 2003년 1월 13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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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감독.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충희 감독.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린 ‘슛쟁이’ 이충희씨(45)가 마침내 모교 고려대의 지휘봉을 잡는다.

프로농구 LG 세이커스 감독 출신의 이충희씨는 정광석 감독의 후임으로 고려대 농구부 새 사령탑으로 결정됐다고 고려대 측이 13일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팀을 맡아온 정광석 감독은 1년 동안 총감독으로 일하게 되며 코치 선임 건은 이 신임 감독에게 전권이 주어진다.

이 감독은 정광석 감독(사진)이 대학의 대 선배이자 실업팀(현대) 시절 은사인데다 평소 프로행을 원했던 까닭에 그동안 모교 감독 취임을 고사해 왔다. 하지만 극도의 부진에 빠진 고려대 농구를 살리는 데 적임자라는 동문과 학교 관계자들의 끈질긴 권유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77학번으로 대학 졸업 후 22년 만에 모교에 컴백하는 이 감독의 어깨는 무겁다. 최근 고려대가 스카우트 실패와 부상 선수 속출에 따라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반면 라이벌 연세대는 지난해 전 관왕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 고려대는 지난해 11월 대학연맹전에 이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2002∼2003농구대잔치에서 다시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송도고와 고려대를 거쳐 아마추어 현대팀에서 뛴 이 감독은 대학 시절 48연승 신화를 이끌었으며 13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 한국을 대표하는 장거리포로 이름을 날렸다. 92년 2월 국내무대에서 은퇴한 뒤에는 대만으로 건너가 홍궈팀 플레잉코치 겸 감독으로 5년 동안 활약했다.

그는 97년 프로농구 LG 창단 감독으로 부임, 강력한 수비 농구와 조직력으로 신생 LG를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지도자로서도 선수시절 못지 않은 ‘스타 출신 감독’의 성공시대를 열었다. 2000년 5월 LG 감독에서 물러난 이 감독은 그 동안 TV 해설가와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정광석 총감독

▽이충희 감독 일문일답

―모교 감독에 부임하는 소감은.

“아직 정식 통보를 받지 못해 얼떨떨하다. 무엇보다도 은사의 뒤를 잇는 것이어서 어려운 입장이다. 팀이 위기에 빠져있고 대학 감독 경험도 없는 상태라 솔직히 부담스럽다.”

―고려대 농구팀이 최근 부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학생다운 투지가 사라진 듯 보인다. 실력은 두 번째 문제고 우선 정신 무장이 중요하다. 고려대 농구부의 전통과 긍지가 결여된 것 같아 아쉬웠다.”

―앞으로 어떻게 팀을 이끌고 갈 구상인지.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볼 문제다. 선후배들과 상의도 하고 조언도 들어야 할 것이다. 전담 스카우트 도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평소 수비농구를 강조했는데….

“선수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농구에서 공격보다도 수비가 중요하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훈련의 70% 정도는 수비에 치중할 것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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