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성철/‘학사 교사’는 유학 못간다?

  • 입력 2003년 1월 7일 18시 24분


서울시교육청이 6일 발표한 ‘교원 해외유학 조건 완화’ 조치에 대해 정작 당사자들인 초중고교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계 내에서는 행정고시 출신 일반직 공무원들에게는 해외 유학의 문호가 비교적 넓었던 반면 교원들에게는 갖가지 이유로 제약이 심해 갈등과 형평성 시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처럼 교원의 질적 향상은 공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따라서 시교육청의 이번 발표가 환영할 만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시교육청은 교사의 유학으로 발생하는 결원은 기간제 교사를 임용해 보충하겠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또 다른 형평성과 실효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종전에는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해외 유학만 허용했으나 앞으로는 석사학위자가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기 위한 유학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석사 학위자가 다시 석사 학위를 받기 위해 떠나는 유학은 허용하면서 학사 출신의 석사 학위 취득 유학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석사 학위자가 또 다시 석사 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을 가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한 교사는 “외국 대학의 석사 과정에 가고 싶은 교사는 유학 자격을 얻기 위해 국내 대학에서 석사 학위부터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유학 자격을 석사 학위자 이상으로 제한한 것은 공부를 더 하고 싶어하는 학사 학위 교사들의 의욕을 꺾는 일이기도 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유학 자격을 학사 이상으로 완화해 유학 희망자가 몰리면 교원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그런 문제는 형편에 맞게 유학 총정원을 정하고 그 안에서 자격 심사를 통해 경쟁하게 하면 될 일이지 지원 자격조차 원천 봉쇄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급자 위주의 행정은 이제 더 이상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도 시교육청은 여전히 관료주의적 탁상행정의 시대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홍성철기자 사회1부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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