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7,8,9번 아이언 잘쳐야 우승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7시 35분


최경주
‘탱크’ 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올 시즌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PGA투어에서 한 시즌에 2승을 올렸고 상금랭킹 17위(220만달러)로 마스터스를 비롯해 내년 시즌 4대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모두 획득했다.

이만 하면 좀 쉬어도 될텐데 그는 요즘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동계훈련에 여념이 없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7,8,9번 아이언샷을 버디 거리와 위치로 날리기 위해서’다.

지난 15일 끝난 2002EMC월드컵골프대회(멕시코)에서 최경주가 보여준 웨지샷은 타이거 우즈(미국) 못지 않았다. 핀까지 100야드 거리 이내에서는 마치 홀컵에 직접 넣을 수도 있다는듯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하지만 그는 대회 후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미국PGA투어 최상급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7,8,9,번 아이언샷이 아직 미흡하다”고 털어놨다.

최경주가 가장 극찬하는 선수는 비제이 싱(피지).

“싱의 7∼9번 아이언샷은 환상적이다. 어김없이 핀에 붙이는 것은 물론 퍼팅하기 유리한 위치에 정확히 떨군다.”

올 시즌 미국PGA투어 기록을 살펴보면 최경주의 말이 이해가 간다.▶표참조

장타자인 싱의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96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평균타수 2위를 기록하며 상금랭킹 3위를 차지했다.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에 안착한 경우는 떼논 당상으로, 설사 페어웨이를 놓치더라도 신 들린 듯한 아이언샷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골프황제’ 우즈도 싱과 마찬가지 케이스. 그의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107위로 신통치 않지만 평균타수와 상금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다.

드라이버샷 정확도가 ‘중간치’에 불과한 우즈와 싱이 이토록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각각 1위와 7위를 마크했기 때문.

이와는 대조적인 경우가 존 댈리. 댈리는 91년부터 올해까지 12년 연속 드라이버샷 비거리 1위를 차지했지만 정확도가 최하위권에 머문 데다 아이언의 정확도가 우즈나 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평균타수와 상금랭킹에서 모두 100위권을 훨씬 넘었다.

미국진출 3번째 시즌을 성공리에 마친 최경주는 올해 3가지 부문에서 기량이 괄목할 만큼 향상됐다.

우선 좁은 페어웨이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드라이버를 자신있게 휘두를 수 있게 됐다. 다음으로 백스핀량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정확한 웨지샷을 익혔다. 마지막으로 골프장마다 특성이 다른 미국그린에서 하루에 7언더파이상 몰아칠 수 있는 퍼팅실력을 갖췄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것이 미들아이언의 정확도.

최경주는 “7,8,9번 아이언을 웨지처럼 사용할수 없다면 메이저대회 우승은 불가능하다. 지난 3년동안 그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최경주가 미들아이언에 자신감을 갖는 날,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절반쯤 손에 넣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면 지나친 속단일까.

2002미국 PGA투어 드라이버샷-아이언샷과 종합성적 (<>안은 순위)
드라이버샷아이언샷 종합성적
평균 정확도그린적중률평균타수상금순위
타이거 우즈<6> 293.3야드<107> 67.5%<1> 74%<1> 68.56타<1> 691만달러
비제이 싱<46>285.6야드<96> 67.8%<7> 70.6%<2> 69.47타<3> 375만달러
최경주<62>283.1야드<146> 65.2%<103>65.5%<24> 70.31타<17>220만달러
존 댈리<1> 306.8야드<195> 58.3%<195>60.4%<164>71.86타<112>59만달러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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