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지오그래픽][여행]백도, 푸른 바다 위에 솟은 ‘마법의 城’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7시 14분


구름에 살짝 가린 백도 풍경. 중국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러 왔던 사람들이 안개속에서 백도의 꽃향기를 맡고 길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 정도로 온갖 전설과 신비로움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사진제공 거문도관광여행사
구름에 살짝 가린 백도 풍경. 중국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러 왔던 사람들이 안개속에서 백도의 꽃향기를 맡고 길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 정도로 온갖 전설과 신비로움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사진제공 거문도관광여행사

먼바다 외딴 섬은 전설로 가득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인데도 섬에서 갑자기 두런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에 돌 던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 그럴 때면 인근의 어선들은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피한다고 했다. 어김없이 거센 풍랑이 불어닥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뱃사람들을 보호한다는 백도(白島). 그래서 어민들은 이 섬에서 풍어제를 지내기도 한다.

거문도 동쪽 뱃길로 30여분 달렸을까. 수면 위로 흰 돌 무리가 보였다. 한 외국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매직 캐슬’(마법의 성) 같다. 솟아오른 바위 더미가 모두 39개나 된다.

점점이 흩어진 섬사이의 해류와 기온에 따라 신기루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곳.이 곳에는 표토가 적어 나무가 자라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바위 사이마다 머리를 내민 풀 무더기가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뱃사람들은 안개낀 바다에서 백도의 풍란향기를 따라 길을 찾는다고 했다.

백도는 현재 상륙이 금지된 섬. 인간의 무자비한 자연파괴 때문이다. 마구잡이로 풍란을 캐고 기묘한 형상의 바위를 잘라갔다. 최근 거문도에서 출발해 백도를 일주하는 해상유람선이 경쟁적으로 취항하면서 백도를 둘러보고 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상륙허가’를 받자는 논의도 일고 있지만 언제 상륙이 다시 허가될 지는 모른다.

백도를 가려면 거문도에서 배를 타야 한다. 여수 서남쪽에 위치한 거문도는 한 겨울에도 동백꽃이 핀다. 11월부터 2월사이에 붉은 동백이 섬 곳곳에 가득하다. 거문도는 또한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요즘은 감성돔이 많이 잡혀 낚시여행객이 많이 몰린다.

거문도 뱃길의 출발항은 여수다. 배를 타고 여수 앞 바다에서 뭍을 쳐다보면 절벽 해안 중턱에 향일암이 보인다. 남해 해맞이의 명소니 신새벽 부지런을 떨면 평생 잊지 못할 해맞이 추억 한 편쯤은 건질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섬진강 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여수. 최근 이 강을 오가는 유람선도 생겼다. 운행구간은 여수에서 하동과 마주한 광양의 청매실 농원(다압면)까지. 토속적인 분위기의 시골마을과 유려한 섬진강변의 풍경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청매실 농원 주인 홍쌍리 여사가 풀어내는 매실 이야기를 들으며 마시는 새콤달콤한 매실차 맛 또한 일품이다.

거문도〓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 여행정보

◇교통 △서울↔여수(5시간30분 소요) ①경부고속도로∼대전∼대진고속도로∼진주∼남해고속도로∼순천∼여수 ②경부고속도로∼대전∼호남고속도로∼순천∼여수 △여수↔거문도(1시간 40분 소요)〓겨울철 1회, 여름철 2회 운항(왕복). ①여수 출발〓오전 7시50분 ②거문도 출발〓오후 3시. 편도 2만6200원. 문의 온바다(061-663-2191) △백도 선상유람(거문도 출발)〓승객 20명 이상일 때만 운항(수시). 1시간50분 소요. 1만5000원.

◇패키지 여행〓1박3일 일정. 코스는 서울∼여수∼거문도∼백도(유람선투어)∼여수∼섬진강(유람선투어)∼광양 청매실농원∼쌍계사∼지리산온천∼남원∼서울. 가격은 왕복교통편(서울)에 따라 △19만8000원(열차) △18만원(버스). 취급 여행사는 △거문도관광여행사(www.geomundo.co.kr) 061-665-4477 △홍익여행사(www.7788tour.co.kr) 02-717-1002 △코오롱 TNS(www.yeskolon.co.kr) 02-757-7780.

●식후경…여수 장어구이

바닷장어. 기름기가 많은 장어구이는 쫄깃한 육질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내어 스태미너 식품으로 인기다. 거문도 여행길에 여수에 들렀다면 여객터미널 근처의 7공주식당에 들러보자.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던 날. 식당엔 빈 자리가 없었다. 손님은 주로 중장년 층. 양념장어 굽는 냄새가 어찌나 입맛을 당기던지 입안에 침부터 고였다. 주인 고정자(56)씨가 이 자리에 식당을 연 게 벌써 20여 년. 여수 장어구이의 원조 격이다. 여수 앞바다와 남해에서 잡은 장어를 쓴다는 것이 고씨의 말.

숯불 석쇠 위에서는 도톰한 장어가 지글지글 익고 있었다. 소주 한 잔 들이킨 뒤 장어 한 점을 배추 상추 깻잎에 마늘 얹어 된장 쌈 싸서 먹는다. 장어는 사철 음식. 그러나 지금부터 3월까지의 겨울 장어가 특히 고소하단다. 장어탕(한 마리 분)도 별미. 진득하고 고소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장어내장탕도 있다. 가격은 구이(한사람 분) 1만원, 탕 7000원. 오전 8시 반∼밤 9시, 연중무휴(설 추석 제외). 061-663-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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