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신학철/˝낮술했어? 왜 그리 벌겋지˝

  • 입력 2002년 12월 16일 18시 42분


하얀 피부에 연예인 못지않게 잘생겼고 당당한 모습의 30대 남성 A씨가 어느 날 병원을 방문했다. 그가 털어놓은 고민은 바로 하얀 얼굴이 쉽게 붉어져 직장생활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국내 최고의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이 젊은 남성은 회사의 팀장으로 회의를 이끌어가야 하는데 회의 도중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붉어져 다른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회의에 집중하지도 못 하고, 사업상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렵다고 했다.

또 다른 환자인 40대의 B씨. 그는 항상 코끝이 붉어져 있어 술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여 고민이다. 퇴근할 때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단골로 음주측정기를 불어야 한다. 세게 불었는데도 더 세게 불라는 주문을 받고, 술 마시지 않았다고 말해도 경찰은 믿지를 않는다. 그는 “매번 음주측정기를 부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정말 비참하고 화가 난다”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렇게 얼굴이 붉어져 고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바로 ‘안면홍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추운 겨울을 싫어한다. 추운 겨울날 외출하고 실내에 들어오면 얼굴이 붉어져 술 마셨다는 오해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조금만 당황해도 얼굴이 붉어지고, 목욕이나 샤워를 하고 나면 얼굴이 더 붉어져 일상 생활하는 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면 때로는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고 자기 관리를 잘 해야 하는데 안면홍조증이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게 된다. 심지어 이성 앞에서 얼굴이 붉어져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이런 사람은 외출을 두려워하고, 남을 만나기 싫어하며, 점점 자신감 없는 소극적인 성격으로 바뀐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똑같은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지만 홍당무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상은 너무나 차이가 있다. 특히 외모가 취업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 안면홍조 때문에 큰 타격을 받는 사람을 보면 피부과 의사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요즘은 의술이 많이 발전되어 과거 치료가 어려웠던 질환들이 하나하나 해결되고 있다. 피부과의 경우 그중에서도 ‘기적의 빛’이라고 하는 레이저 시술의 효과가 크다. 가령 붉은색에만 반응하는 레이저 기계가 있는데 그 레이저 시술을 받으면 붉어지는 증상이 많이 줄어든다.

후천적인 안면홍조증은 평소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늘 노출돼 있기 마련인 얼굴은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습진이 많이 발생하는데, 특히 화장을 하는 여성들에게서 이 같은 트러블이 생기기 쉽다. 이때 부신피질호르몬제가 함유된 연고를 오랫동안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핏줄이 늘어나면서 안면홍조가 생기기 쉽다. 연고도 얼굴과 몸에 바르는 농도, 아이에게 바르는 농도를 달리해야 한다. 아무리 낮은 농도의 연고라도 화장품이 아니고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진단을 받아 연고의 농도를 잘 조절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학철 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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