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광주 "그래도 민주당"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9시 36분


#장면 1. 12일 오후 광주역 앞 택시 안. 운전사는 서울에서 온 기자에게 민주당의 실정(失政)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민주당이 집권한 지난 5년간 광주에 해준 게 뭐 있습니까. 경기는 더 나빠지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두 아들은 돈이나 받고. 50억원 정도 받았다고 하지만 5000억원 받은 만큼 충격이었어요.”

“그럼 이번에는 민주당을 찍지 않을 겁니까?”

“아니요.”

#장면 2. 13일 오후 한나라당 광주시지부 사무실. 지부 관계자가 기자를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15대 대선 때는 운동다운 운동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전화 몇 통 거는 걸로 끝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5년 동안 후원금 한푼 주지 않던 상공회의소측이 후원금을 주고 시민들은 DJ정부를 비판합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는 오를 기미가 안 보입니다.”

#장면 3. 14일 오후 광주 금남로.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측 운동원들이 가두유세를 펼쳤다. 이를 지켜보던 40대 남자가 운동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민노당 당신들, 민주당 표 뺏지 말라니까.”

민노당 관계자는 기자에게 “시민들이 권 후보가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아주 많이 한다. 그런데 이번만은 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양보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다. 참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시민들은 15대 대선 때와 이번 대선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대선 때 김대중 후보를 ‘선생님’이라고 호칭하지 않았다고 싸움하던 것처럼 특정후보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시민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스스럼없이 민주당을 비판하고 김 대통령의 실책도 지적한다. 그런데도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의 지지율은 이 후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게 나온다.

“무조건 기호 1번만은 안 된다는 것 같다”는 설명부터 “이제는 인물을 보고 투표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시민은 “민주당에 대한 애증의 표현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19일 투표가 끝나면 정확한 광주 민심이 드러날지 궁금하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광주의 민심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DJ지지 일변도에서 달라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동용 대선특별취재반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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