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보들의 '지역모독'을 개탄한다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8시 45분


선거철마다 나타나는 지역주의 망령이 이번 대선에도 어김없이 되살아나고 있어 개탄스럽다. ‘3김 청산’을 외치며 지역주의 배제를 강조해온 대통령후보들이 실제로는 은근히 이를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이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여기서는 이 말, 저기서는 저 말을 하는 것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행동이다. 그는 인천유세에서 “돈 안되고 시끄럽게 싸우는 것은 충청도로 보내자”며 충청도를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충청유세에서는 “추워서 농담으로 한 말”이라며 사과했다.

수도 이전이 충청지역에 큰 도움을 준다던 사람이 인천에서는 정반대의 말을 했으니 이것이 그가 강조해온 ‘새정치’인지 묻고 싶다. 충청도민과 인천시민을 모두 불쾌하게 만드는 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뒤에 주워담을 말이었다면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옳다. 그렇지 않아도 노 후보는 말을 가려 하지 않아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 않는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도 지역주의 발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얼마 전 충청유세에서 “나는 충청인이다. 충청 유권자가 제대로 된 대통령을 가려내 달라”고 했고 대구에서는 “대구에 눈물과 심장의 피를 바친다”는 말을 했는데 이 역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다. 이 지역이 자신의 손안에 있는 듯한 노골적 지역정서 부추기기가 듣기 거북하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말에는 천금의 무게와 품위가 있어야 한다. 표 얻기에 급급해 시대착오적인 지역주의나 자극하고 무슨 말을 했다가 둘러대기에 바쁜 것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스스로 낮추는 행동이다. 누차 강조했지만 후보들은 지금부터라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지역주의에 편승하려는 정치인들의 언동에 현혹되지 말고 오히려 그런 사람을 가려내 심판할 수 있도록 더욱 성숙하고 냉철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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