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도이전' 따지고 또 따진 뒤에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8시 45분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둘러싸고 후보들뿐 아니라 해당 시도간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운을 좌우할 만한 국가적 대사일 뿐만 아니라 국민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도 각별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공약정도로 가볍게 다뤄질 일이 아닌 것이다.

‘수도 이전’에 관한 이해 당사자간 입장은 한치도 양보할 수 없을 만큼 팽팽하다. 노 후보는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서울의 부동산·집값이 떨어지고 공동화되는 등 경제적 혼란이 올 것이라고 반박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전남도청 이전에도 2조5000억원이 드는데 어떻게 4조5000억원 정도로 건설할 수 있느냐고 노 후보 주장을 반박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1971년 대선 당시 신민당의 김대중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30년 이상 묵은 사안이다. 이 공약이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한 것은 경솔하게 다룰 수 없는 국가적 대역사이기 때문이다. 1993년에 손을 댄 정부대전청사 건설도 1998년에야 일부 청(廳)단위 국가기관들이 이주를 시작할 정도였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발전이라는 취지와 명분은 굳이 반대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처럼 이전 비용이나 소요기간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추진되지 못했던 점에 비추어 이 사안은 신중하게 따지고 또 따진 뒤에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별도의 절차가 필요한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 공약을 내건 것은 충청권이라는 특정지역의 표를 겨냥했다는 비판 혹은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실현성 없다고 비판하는 상대 후보도 수도권의 표를 겨냥하는 듯이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 이전 문제는 대선을 앞두고 지역대결 차원에서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더 신중한 범국민적 논의를 거쳐 결정되어야 할 중대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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