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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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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은 성욕과 함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다. 그러나 배고픔이 음식을 먹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스트레스 권태 혹은 먹는 자체의 즐거움 때문에 먹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에서 20억 인구가 비만이라고 추정한다. 먹을거리의 값이 싸고 풍부한 미국은 알코올 마약 먹기중독 등 3대 중독자의 나라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다. 미국 성인의 64.5%, 6∼19세 청소년의 15%가 비만이다. 비만은 고혈압 심장병 동맥경화증 당뇨병의 원인이 되고 지방을 제외한 다른 영양소의 부족으로 각종 질병에 취약하다. WHO는 비만을 악성 ‘전염병’으로 취급한다.
▷점점 더 먹고 몸을 덜 움직이게 된 생활환경이 비만의 주범이다. 요즘 아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길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서 장시간을 보내고 육체를 움직이는 놀이나 일을 하는 시간은 크게 줄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편부 또는 편모 슬하의 자녀들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설탕이 든 음료와 칼로리 높은 음식을 즐겨 찾는다. 햄버거 사이즈가 점점 커져 슈퍼사이즈 햄버거 하나에 하루 필요한 칼로리가 다 들어 있을 정도다.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8명의 비만 청소년이 비만의 위험에 대해 사전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맥도널드 햄버거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맥도널드는 전 세계 121개 국가에 3만개 레스토랑을 가진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다. 맥도널드는 포르셰 자동차를 타고 과속을 하다가 교통딱지를 떼이면 자동차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흡연 피해에 대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의 5개 담배제조업체가 천문학적인 배상을 한 판례가 있어 패스트푸드 회사들이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개인의 책임 못지않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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