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열대 바닷가에 소나무숲 울창 뉴칼레도니아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4시 57분


뉴칼레도니아에서는 적도 부근의 섬들 중에는 드물게 침엽수림을 볼 수 있다. 카오리소나무숲이 보이는 일드팽의 해안./사진제공 캠프
뉴칼레도니아에서는 적도 부근의 섬들 중에는 드물게 침엽수림을 볼 수 있다. 카오리소나무숲이 보이는 일드팽의 해안./사진제공 캠프
전 세계적으로 생태관광(eco-tourism) 열풍이 불고 있다. 친환경적인 장소가 거대한 유적들보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스위스, 캐나다가 그 대표적인 나라지만 남태평양의 섬들도 에코투어리즘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로 주목받는 곳 중 하나다.

멜라네시안 풍속을 고스란히 간직한 뉴 칼레도니아는 남태평양의 여러 섬 중에서도 단연 에코투어리즘의 보고로 꼽힌다. 지구상의 희귀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천혜의 생태관광지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의 여행자들은 생태관광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기 이전부터 이 섬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뉴칼레도니아를 무대로 쓰여진 모리무라 가츠라의 연애소설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1965년)의 인기 때문이었다. 책 출간 후 40년에 가까운 지금도 일본인들은 하와이에 비해 여행경비가 두 배는 더 드는 뉴칼레도니아로 ‘천국’을 찾아 떠난다.

●생태학의 엘도라도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의 해안풍경. 얼핏 보아서는 지중해 인근 도시라고 착각할만큼 건물들이 유럽풍이다./사진제공 캠프

수도 누메아는 한적한 유럽의 작은 항구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에는 하얀색 별장이 즐비하고 새벽에 열리는 어시장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마음껏 사고 맛볼 수 있다. 이 곳 사람들은 누메아를 종종 프랑스의 니스에 빗대어 표현한다. 오랫동안 프랑스 식민지였고 지금도 자치령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들은 더욱 강하다.

뉴칼레도니아는 길이 500㎞, 폭 50㎞로 남한의 3분의 1 정도의 섬이다. 본섬인 그랑테레(Grande Terre·‘큰 땅’이라는 뜻)와 부속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1744년 영국인 선장 제임스 쿡이 발견했고 프랑스령이 된 것은 1853년이다. 발견자인 쿡은 자신의 고향 스코틀랜드의 고지대와 너무나 비슷한 모습의 이 섬에 ‘뉴칼레도니아’란 이름을 붙였다. 원래 이름은 카나키(Kanaky)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는 달리 뉴칼레도니아의 북부 도시들에선 독립을 위한 저항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북부인들은 유럽식으로 관광지화된 남부 지역의 일드팽 등과는 달리 강력하게 생태관광을 지지하고 있다. 개발제한과 삼림 휴식년제, 출입제한구역의 설정과 같은 철저한 에코투어리즘 정책을 요구한다.

뉴칼레도니아는 식물학자들 사이에서 ‘생태학의 엘도라도’로 불린다. 3000여종이 넘는 토착식물을 포함해 다양한 동식물종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물군의 70%는 이곳 이외에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들이다. 그 덕분에 남반구 최고의 에코투어리즘 장소로 꼽힌다. 뉴칼레도니아의 생태적 풍요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는 그랑테레 남부의 리비에르 블루공원과 부속섬인 일드팽, 리푸, 일 마레를 꼽을 수 있다.

전통가옥 우트를 응용해 외관을 설계한 장 마리에 치바우 문화센터. 멜라네시아의 풍속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자료들을 비치해 놓았다./사진제공 캠프

90㎢ 크기의 리비에르 블루공원에는 붉은 볏을 가진 파라켓, 검은 꿀빨이새, 뉴칼레도니아의 토종새인 카구(cagou)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 한때 멸종위기에 놓였던 카구는 뉴칼레도니아의 국조로 각별한 보호정책 덕분에 점차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카구를 노리는 사냥꾼들 때문에 야생 상태로 풀어놓을 수 없어 축사 안에서 기르다보니 사냥법 등 자연의 습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문제다.

일드팽은 수도 누메아에서 비행기로 20분가량 떨어진 남쪽의 섬이다. 수심이 낮고 간만차가 있어서 썰물 때는 멀리 바다 저편까지도 물이 빠져 완만한 흐름을 유지한다. 덕분에 어린이들도 마음놓고 헤엄칠 수 있다.

일드팽에는 남태평양의 섬 중에서는 드물게도 침엽수림인 카오리 나무들이 울창하다. 그래서 쿡 선장도 이 섬을 발견하자마자 소나무 섬이란 이름을 붙였다. 섬에는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 중 하나인 메르디앙이 호화로운 리조트를 지어놓고 외부 관광객을 맞고 있다.

일드팽을 비롯해 뉴칼레도니아의 부속섬들은 남태평양을 중심으로 크루즈라인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유람선 회사들이 앞다투어 기항지로 선택할 만큼 수려한 자연경관과 발달된 관광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산악자전거와 카약 스노클링 파도타기 스쿠버다이빙 사냥 승마 같은 모험적인 레포츠를 즐기기에 적합하고 해안선이 아름답다.

그러나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이런 호화관광과는 달리 북쪽지역의 중심도시인 품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전혀 다른 형태의 관광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안내표지는 ‘모든 여행자는 카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낙이란 멜라네시안 원주민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 카낙인들은 자신들을 티바웨르(Ti-Va-Ouere) 또는 ‘지구의 형제’라고도 부른다.

여행자들은 문명화된 리조트시설 대신 카낙들의 집인 우트(hut)에 머문다. 지붕에 짚을 얹고 흙으로 벽을 바른 우트는 이곳의 전통가옥이다. 서늘한 땅의 기운을 빌려 무더위를 피한 지혜가 돋보인다. 일단 집안으로 들어서면 천장이 매우 높지만 입구는 허리를 굽히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낮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머리를 숙이고 들어감으로써 집안의 주인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생태관광의 취지에 호응하는 여행자들은 자연에도 이렇게 겸허한 자세를 취한다. 가장 간단한 실천으로는 자신의 쓰레기를 모으고 재활용되는 것들은 따로 모아 처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행자와 토착민 모두 공동의 재산으로 생각하고 보호하고 보존하려는 에코 투어리즘은 이처럼 완벽한 자연환경을 갖춘 뉴칼레도니아에선 더욱 필요한 관광정책이다.

관광에 경제를 크게 의존하는 뉴칼레도니아 사람들은 유람선의 도착과 함께 하루를 열고 관광객들이 승선할 시간에야 비로소 평범한 그들만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경쾌하고 빠른 리듬이 흐르는 유람선 기항지에서 원색의 토속의상인 파레오를 입고 외지인들에게 친절한 미소를 잊지 않는 카낙인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독립인지, 뉴칼레도니아가 갖는 천혜의 생태환경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사는 곳이 거의 천국과 가까운 곳이란 점은 분명하다. 뉴칼레도니아의 바다와 하늘을 보면 누구나 소설의 제목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 치바우 문화센터, 멜라네시아 정보 가득

뉴칼레도니아를 비롯해 태평양에 흩어진 많은 섬들은 세 가지 명칭으로 구분된다.

우선 지도에서 태평양을 놓고 볼 때 북쪽으로 하와이제도, 남쪽은 뉴질랜드, 동쪽은 칠레의 서쪽 약 3700㎞에 있는 이스터섬을 꼭지점으로 하는 삼각형 안에 있는 태평양 해역의 섬들이 폴리네시아다. 이 지역의 왼편 북쪽이 미크로네시아, 남쪽에 뉴칼레도니아가 속한 멜라네시아가 있다.

미크로네시아와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 종족을 구분짓는 요소는 머리카락과 피부색이다. 대개 미크로네시안은 직모에 중간 피부색이고 폴리네시안은 중간 정도의 곱슬머리에 피부도 가장 흰 편이다. 가장 피부색이 검고 머리의 구불거림도 심한 종족이 바로 멜라네시안이다.

뉴칼레도니아에서 멜라네시아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면 장 마리에 치바우 문화센터(홈페이지 adck.nc)에 들러볼 필요가 있다.

카낙 출신 저항운동가인 장 마리에 치바우(1936∼1989)의 이름을 딴 이곳은 그의 아내인 마리 클라우드 치바우가 누메아 도심에서 약 10㎞ 떨어진 티나만에 지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이며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렌조 피아노의 작품으로 카낙인들의 전통가옥인 우트를 형상화했다.

카낙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땅과 농작물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반영됐다. 현대적인 건축양식과 토착문화의 믿음을 성공적으로 표현해낸 건축물로 평가받는 만큼 한번쯤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특히 카낙인의 탄생 신화를 생생한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센터 안에서는 카낙의 유산과 오세아니아의 문화유산을 세 공간에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개관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여행정보

1.가는 방법

서울에선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를 경유해서 갈 수 있다. 오사카에서는 1주일에 2회(월, 토요일) 출발한다. 소요시간은 오사카∼누메아 구간이 약 8시간50분. 호주나 뉴질랜드를 통해 입국할 수도 있다. 에어칼린 문의전화 02-3708-8585 뉴칼레도니아 관광국(new-caledonia-tourism.nc)

2.일반 정보

호주와 뉴질랜드, 피지 사이에 있는 뉴칼레도니아는 인구 22만명이며 멜라네시아인이 45%, 나머지는 프랑스와 기타 인종이다. 1998년 프랑스의 자치령이 됐다.

비자없이 1개월간 체류가 가능하고 한국보다 2시간이 빠르다. 공용어는 프랑스어지만 영어도 널리 쓰이고 일본 관광객들이 많아서 간단한 일본어도 통용된다. 토속민들은 28개 부족으로 각기 다른 언어를 갖고 있다. 통화는 퍼시픽 프랑(F.CFP 혹은 XPF)으로 1CFP는 약 10원이다.

3. 기타

뉴칼레도니아의 12월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 물가가 한국보다 비싼 편이어서 간단한 생필품은 준비하고 떠나는 것이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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