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02]李 “PK盧風 어림없다”…盧 “고향서 밀어달라”

  • 입력 2002년 11월 27일 19시 53분


◈대선 유세전 첫날◈

▼李 “PK盧風 어림없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가운데)가 거리유세에서 서청원 대표(왼쪽), 박근혜 공동선대위의장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27일 오전 후보등록을 하자마자 서울 종묘공원 거리유세를 시작으로 22일간의 선거운동 대장정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첫날부터 서울에 이어 울산 부산 지역을 잇달아 돌며 강행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현 정권의 계승자’로 규정하고 ‘부패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의 ‘새 정치론’을 겨냥해 “권력 유착과 각종 비리를 통해 배를 불리고 특혜를 받던 사람들은 새 정치, 낡은 정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부패정권의 아류정권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더 이상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심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PK(부산 경남)지역 다지기에는 박근혜(朴槿惠) 선대위 공동의장도 나섰다. 박 공동의장은 “18년간 대통령 아버지와 청와대에 살면서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대통령은 안정 속에서 체계적인 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대통령 자리는 급진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급진성을 실현하는 곳이 결코 아니다”고 노 후보를 겨냥했다.

이날 유세에는 서청원(徐淸源) 대표와 최병렬(崔秉烈) 홍사덕(洪思德) 의원, 박찬종(朴燦鍾) 전 의원 등 중진들이 총동원됐다.

한편 이 후보는 PK 표밭 다지기 일환으로 28일 선거전략회의를 부산에서 열기로 하고 선대위 직능특위 위원장인 김진재(金鎭載) 최고위원을 부산에 상주시키는 등 ‘노풍(盧風)’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대선 직전 부산을 방문해 우회적으로 지원 활동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노후보 "고향서 밀어달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운데)가 부산역 광장에서 가진 16대 대선 첫 유세에 앞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부산=박경모기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부산에서의 첫 거리유세를 시작으로 기차 편을 이용, 대구∼대전∼수원∼서울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펼쳤다.

노 후보가 부산민주공원과 충혼탑을 참배한 뒤 이날 첫 유세장인 부산역 광장에 들어서자 지지자들은 ‘친구야 인자 부산에서 밀어줄게’ 등의 피켓을 들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호했다.

노 후보는 즉석 연설에서 “87년 민주항쟁 때 함께 눈물 흘리고 땀 흘리며 맹세했던 좀 더 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 부산에서 뒤집어주면 새로운 역사가 열린다”며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어 대구로 이동, 칠성시장에서 두 번째 유세를 펼쳤다. 찬조 연설에 나선 대구 출신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은 “당신의 깊은 주름으로 서민의 고통을 말끔히 씻어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자리에서 칠성시장 상인들은 1000원짜리 95장이 든 후원금을 즉석에서 전달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재벌 돈 받으면 재벌정치 하게 되고, 검은돈 받으면 검은 정치 하게 된다.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노 후보는 칠성시장 내 한 음식점에서 2500원짜리 비빔밥으로 점심을 때운 뒤 대전으로 향해 탄방동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전국 선대위원장 출정식’에 참석했다. 13개 시도 선대본부장 및 지구당 선대위원장 등 500여명이 참석했고, 비노(非盧) 성향을 보여온 의원들의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개혁적 국민정당’ 대표로 참석, “탈냉전, 탈지역주의, 탈맹주정치의 시대정신을 구현할 가장 적합한 인물은 노무현이다”며 공개적으로 지지선언을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후보 5인의 출사표◈

▼한나라당 이회창 “정권 교체”▼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부패정권 심판,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위한 위대한 출정식을 하는 날입니다.

이번 선거는 김대중 정권, 민주당 정권 5년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입니다. 부패정권을 계승하겠다는 세력과 부패정권을 심판하려는 국민과의 대결입니다.

지금 민주당이 새 정치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당 보고 낡은 정치라고 합니다. 과연 누가 이 낡고 썩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 정치를 할 자격이 있습니까?

부패한 민주당 정권의 낡은 정치, 그 한복판에서 5년 동안 타락한 사람들이 지금 와서 새정치를 말할 자격이나 있습니까?

대한민국을 이 불안하고 미숙한 세력, 위험하고 파괴적인 리더십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급진 부패 세력은 위험한 것입니다. 아무리 포장을 해도 민주당 후보는 부패정권의 2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부패정권의 심판없는 개혁은 거짓입니다.

저 이회창이 해내겠습니다. 이회창이 낡은 정치를 청산할 것입니다. 철저한 검증을 거친 원칙과 신뢰의 지도력으로, 우리의 풍부한 국정경험으로, 그리고 중도개혁세력의 힘을 결집하여 국민에게 새 희망을 드릴 것입니다.

12월 19일을 위대한 국민이 승리하는 날, 위대한 정권 교체의 날로 만들어 봅시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민주당 노무현 “정치 쇄신”▼

저는 4월27일 190만 국민이 참여한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선출됐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유권자의 요구에 따라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냈습니다.

제가 끝내고자 하는 시대는 늙고 낡아빠진 구정치의 시대입니다. 지긋지긋한 지역갈등과 냉전 수구세력이 판치는 대결의 시대입니다. 돈 정치, 계보 정치로 얼룩진 특권과 반칙의 시대입니다.

제가 열어갈 시대는 젊고 당당한 새 정치의 시대입니다. 한반도가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동북아 시대, 국민이 하나 되는 통합의 시대, 보통 국민이 주인 되는 국민 대권의 시대입니다. 저는 누구나 잘 살고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 정치개혁을 통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깨끗하고 투명한 새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떤 당직도 갖지 않겠습니다. 현재 상태에 머물지 않고 한 차원 높은 정당민주화를 꼭 실현하겠습니다.

저는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자신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우며 미래를 향한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노무현과 함께 미래를 향한 젊고 활기찬 시대를 열어갑시다.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갑시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국민연합 이한동 “지역감정 허물자”▼

이번 대선은 21세기 선진 조국건설과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는 43년간의 공직생활, 22년간 정치의 중심에서 국가에 헌신 봉사해 왔다. 지난 2년 2개월간 국무총리로 있으면서 다양한 국정운영 경험을 했으며 국가 경영에 관한 경륜도 쌓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의 영남, 민주당의 호남이라는 지역대결 구도가 고착돼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승패를 판가름하면 이 나라 장래는 참으로 암담하다. 이제는 지역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부권 출신의 대통령이 나와 국민과 국력을 하나로 결집시켜야 한다.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한표를 부탁드린다.

▼민노당 권영길 “평등세상 만들터”▼

이번 대선은 기성 보수정당만이 아니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후보가 출마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한국사회가 재편되는 의미를 갖게 됐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가진 사람들, 기득권층만을 대변해 왔다. 이제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기만적인 정치를 청산하고 ‘평등한 세상,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겠다. 권영길은 일하는 사람들의 대통령이 되겠다.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 지금까지의 정치에 만족한다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선택하시라. 그게 아니라면 민주노동당 권영길을 선택해 달라.

▼무소속 장세동 “선거혁명 이루자”▼

국민이 그동안 모든 것을 다 해봤지만 해보질 못한 게 있다. 국민화합이다. 흩어진 마음과 안타까운 심정을 합해 미래를 기약한다는 의미에서 출마했다. 최근 이뤄진 일들을 보면서 걸레정치를 박살내겠다고 생각했다. 정치폐해를 이번 기회에 타파하겠다. 정당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그동안 정당들은 대통령을 3명씩이나 쫓아냈다. 국민의 90%가 무소속인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무소속 대통령을 뽑는 게 낫다. 돈 안 쓰는 선거 하려고 벽보 한 장 붙이고 시작했다. 선거혁명 이루는 본보기를 보일 것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 산업현장의 톱니바퀴를 뽑아서 정치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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