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2일간 돈과 관권을 묶어라

  • 입력 2002년 11월 26일 18시 54분


제16대 대통령선거가 오늘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22일간의 공식선거전에 돌입한다. 31년 만에 양강(兩强)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사생결단식의 진흙탕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최근의 선거판이 인신공격이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넘쳐나고 적과 동지로 세상을 편가르는 상황으로 전개되어 온 것이 그럴 가능성을 예고한다.

후보들은 겉으로는 정책선거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상대 헐뜯기에 바쁘니 그런 이중성이 없다. 지금의 후보 중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마당에 이는 국가와 국민의 얼굴에 상처를 내는 것이고 득표전술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후보 당국 유권자 모두 법규정의 철저한 준수와 민주정신의 존중을 통해 그 같은 악성 분위기를 몰아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제왕적 보스정치, 지역감정, 가신정치로 대변되는 3김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선거의 틀도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네거티브전략이 아니라 국가경영 비전과 이를 위한 정책, 실천방안을 내놓고 경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선관위는 엄정 중립의 자세에서 선거의 공정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관권이 나서 특정후보의 당선을 도우려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특히 돈 선거의 재현 가능성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대선후보들은 모두 법정비용 준수를 약속하고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꿈틀거리는 지연 혈연 학연단체, 선관위의 폐쇄명령을 받고도 음성적 활동을 그치지 않고 있는 사조직, 이를 은밀하게 활용하려는 정당에도 강력한 제동이 있어야 한다.

3500만명의 유권자는 후보나 정당이 반칙을 하는지 눈을 부릅떠 감시하고 표로써 응징해야 한다. 배타적 지역주의의 포로가 되거나 후보들에게 손벌리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낡은 선거관행을 떨쳐버리고 훌륭한 선거운동을 정착시키는 것은 훌륭한 대통령을 뽑는 것만큼 소중하고 값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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