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혁신못한 컴덱스의 퇴조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8시 45분


1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2002 가을 컴덱스’ 참석자 중에는 “컴덱스가 예전만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컴덱스 참관이 올해로 11번째라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도 “전에는 호텔을 예약하지 못해 한방에 4, 5명이 끼어 자면서 참가한 업체가 부지기수였는데 올해는 그런 활력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물론 컴덱스는 여전히 세계 최대규모의 IT전시회이다. 올해도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도시바 등 1000개가 넘는 IT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참관 인원도 지난해와 비슷한 12만50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컴덱스가 과거의 활력을 잃으면서 소니 인텔 등 주요 IT기업들이 전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컴덱스 불참’을 결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전시장 규모는 과거 전성기 때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컴덱스 주관사인 ‘키3미디어’는 올 들어 매출이 급감하면서 곧 파산보호신청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회사 주식은 올해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으며 현재 장외시장에서 1센트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1등’ 전시회였던 컴덱스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일각에서는 IT 업종의 침체와 지난해 있었던 ‘9·11 테러’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IT업계 사람들은 “그 말도 맞지만 그보다는 컴덱스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문전시회로 동계 가전종합전시회(CES)나 세빗박람회(CeBIT)와 같은 ‘경쟁자’가 부상하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혁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영원한 1인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IT기업 중에서도 한때 영원할 것 같았던 IBM이 PC시대가 올 것을 읽지 못해 MS에 밀렸으며, ‘현재 1위’인 MS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컴덱스의 쇠락은 ‘끊임없이’ 혁신하지 못하면 절대 강자라도 추락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종식기자 경제부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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