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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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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계사가 ‘공산당선언’의 예언대로 바뀌지는 않았다. ‘계급투쟁에 따른 자본주의의 필연적 몰락’과는 정반대로 공산주의의 대대적인 붕괴가 잇따랐다. 지난 150여년 역사에서 정작 해방된 것은 인류가 아니라 시장자본주의였다. 그래서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학자는 서구 자유주의에 맞설 만한 이념적 대안은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에서 ‘역사의 종말’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제 공산주의는 말 그대로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렸다. 오래 전에 끌어내려져 방치돼 있는 레닌의 동상처럼 말이다.
▷엊그제 공산주의의 퇴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 또 한번 있었다. 중국이 공산당 헌법에 해당하는 당장(黨章)에서 그동안 기본강령으로 삼아왔던 ‘공산당선언’이라는 표현을 삭제해 버린 것이다. 개정된 당장에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계속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이 공산주의에 시장경제적 요소를 가미한 자신만의 독특한 체제를 운영해 오고 있다는 것은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긴 얼마 전에는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까지 허용한 중국이니 이 정도 일에 놀랄 것도 없겠지만, 만약 마르크스가 다시 살아 돌아와 오늘의 중국을 본다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앞으로 확고부동한 진리로서 장기간 군림할 수 있을까? ‘제3의 길’을 주창한 앤서니 기든스는 “대안이 없는 만큼 자본주의를 얼마나,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강조한 마르크스의 ‘처방’은 틀렸지만 그의 ‘진단’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아직도 많다. 자본주의가 독점적인 자본축적을 통해 세계를 분열과 고통으로 이끌 것이라고 했던 마르크스의 주장이 오늘날 ‘카지노 자본주의’의 속성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19세기 중반 유럽을 배회하던 ‘공산주의 유령’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것일까.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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