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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12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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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투자자에게 투자정보를 동시에 공개하는 공정공시제가 정착되면 ‘뉴스에 사고 뉴스에 파는’ 정석투자자가 기를 펼 수 있다.
하지만 공정공시제가 시행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여전히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파는’ 단타투자자들이 재미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공정공시되는 투자정보가 미리 새나가거나 △루머에 휘둘리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고 △주가부양 목적의 호재성 공시가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개미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샌 공시(A사의 경우)〓공시 전날인 5일 마감 직전부터 거래가 몰렸다. 6일 장 초반에 루머가 돌면서 거래량과 주가가 급증해 증권거래소가 조회 공시를 요구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조회 공시에 대한 답변이 공시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여기서 개미들이 생각할 점이 있다.
첫째, 미리 주가 및 거래량 추이(체크단말기에서 ‘TICK차트’ 항목)를 살펴봤다면 투자정보가 5일 장 마감 무렵 새나갔으며 6일 루머가 돌면서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둘째, 재료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추격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의 재료는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었다. 해외 BW 발행은 주식 유동물량을 늘리기 때문에 보통 악재로 간주된다.
5일 정보를 미리 입수한 사람들이 물량을 털어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개미들은 6일 막연히 ‘이 종목에 뭔가 있다고 하더라’는 얘길 듣고 추격매수에 나서 주가를 띄웠고 답변 공시를 통해 재료가 알려지지 주가 폭락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
▽루머〓A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루머가 평범한 개미들의 귀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상황은 끝나 있다.
루머가 사실이라면 주가 반영은 이미 끝났고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면 뒤늦게 따라가 봤자 크게 잃는다. 하물며 호재인지 악재인지에 대한 판단조차 없이 쫓아다니다 보면 큰돈을 날리게 된다.
▽질질 끄는 호재성 공시〓코스닥 기업들이 신규사업 진출, 대규모 수주, 외자유치 등 호재성 공시를 서너 번 내다가 ‘결국 안 됐습니다’ 하고 번복 공시를 내는 경우가 많다. 개중에는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 되면 말고’식 공시를 내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코스닥증권시장 공시담당자들에 따르면 ‘검토 중’‘추진 중’이라고 공시되는 사업이 성공하는 경우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성공하더라도 이미 알 만한 투자자들이 첫 번째 공시가 나올 때 낌새를 눈치채고 주가를 충분히 끌어올린 상태이기 십상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