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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3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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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신주쿠 오쿠보도리의 페아래홀에서 500여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 가라오케대회’는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는 기회였다.
‘류스케 힘내라’는 한글 플래카드와 태극기를 흔들며 ‘춘천 가는 기차’를 부르는 일본 남성 류스케씨를 응원하는 일본인 친지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열창하는 유학생 청년이 겉옷을 벗어 젖히며 ‘붉은 악마’의 ‘Be The Reds’ 셔츠를 내보이자 뜨겁게 달아오른 객석 분위기.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멋들어지게 부른 일본의 중년 신사에게 쏟아진 박수. 새로운 행태의 ‘풀뿌리’ 한일 문화 교류의 현장이었다.
심사를 맡은 ‘한국음악을 사랑하는 모임’ 대표 고다이라 다케시(68)는 “한국 노래는 일본 노래와 같은 트로트라 해도 신선한 부분이 있어 매력이 있다”며 “한국 문화를 공부하는 가장 빠른 길은 아마도 노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출연자 가운데 박남정의 ‘널 그리며’를 화려한 몸 동작을 곁들여 불러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일본의 40대 남성은 “한국노래를 좋아해 지금은 한글까지 공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회를 후원한 NTT커뮤니케이션스와 행사를 주최한 국제전화회사 JDD측은 이날 분위기에 고무돼 “내년에는 한국인은 일본 노래를 부르고 일본인은 한국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진행하고 싶다”며 흐뭇해했다.
며칠 전 사석에서 개혁 성향의 자민당 소장파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의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월드컵 대회로 한일관계가 상당히 좋아졌는데 북한 핵 문제,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이 터지면서 요즘 일본사회에서 남북 할 것 없이 한국에 대한 혐오감이 확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노 의원이 ‘한국 가라오케 대회’의 현장을 직접 보았더라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조헌주 도쿄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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