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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31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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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코스닥 등록업체인 에이콘이 1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부도를 냈다. 이 회사는 배관 자재를 제조하는 업체로 올 상반기에 2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9일에는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소프트윈이 27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됐다. 소프트윈의 올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511억원, 순이익 7억원 남짓으로 각각 작년 1년간 실적보다 많았다. 영업 면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부도를 맞은 것. 최근 부도가 난 심스밸리 아이씨켐 유니씨앤티 등도 비슷한 경우다.
▽무리한 사업확장이 부도원인〓올 들어 코스닥 업체들의 최종부도 건수는 모두 7건으로 9월 이후에만 5건이나 된다. 1999년 1건, 2000년 4건, 작년 2건과 비교하면 급증 추세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흑자부도가 올 연말∼내년 초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흑자부도를 낸 것은 영업은 그런대로 돌아가지만 자금이 돌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프트윈과 에이콘의 경우 과다한 매출채권(외상매출)과 무모한 다른 사업부문 진출 시도가 화근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프트윈은 올 상반기 매출 511억원에 매출채권 379억원으로 거래가 일어난 뒤 평균 4∼5개월만에 현금이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에이콘도 매출액 505억원에 매출채권이 325억원으로 자금사정이 빡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데도 의욕적으로 사업을 늘리려 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에이콘은 올 들어 반도체 사업과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면서 200억원가량을 썼다.
소프트윈, 심스밸리, 유니씨앤티 등 2000년을 전후해 코스닥에 등록한 업체들의 경우 지금까지는 자금 위기를 공모와 증자를 통해 거둬들인 자금으로 버텨왔다. 그러다가 2년여가 지난 요즘 이 쌈짓돈마저 고갈되면서 부도 위기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량 종목에 투자해야〓한계상황에 직면한 코스닥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투자 종목 선정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증권 오성진 차장은 “매출과 수익 지표보다는 투자 유가증권이나 매출채권 규모 등 현금 흐름 사정을 알려주는 지표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들이 기업의 현금 흐름을 알기는 매우 어렵다. 한 애널리스트는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뒤져봐도 부도 징후 찾기는 물론 왜 부도가 났는지 사후 분석을 하기도 힘들다”면서 “탈이 나지 않을 우량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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