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클릭]세계 유일 ‘등록’ 자존심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7시 58분


기업이 증시에 주식을 공개하는 것을 보통 ‘상장(Listing)했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전 세계 증시 가운데 유독 한국 코스닥시장만 상장이라는 말 대신 ‘등록’이라는 독특한 용어를 쓴다. 코스닥에서 거래되는 기업은 ‘상장 기업’이 아니고 ‘등록 기업’이다.

상장과 등록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두 용어 모두 주권이 증시에 공개된다는 의미로 뜻이 완전히 같다. 그런데 왜 코스닥시장은 굳이 등록이라는 단어를 쓸까.

1996년 7월1일 시장이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해도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거래소의 ‘2부 리그’쯤으로 생각했다. 이 때문에 당시 코스닥은 거래소와 차별화된 모습을 투자자에게 보여주고 싶어했고 그래서 상장 대신 등록이라는 말을 개발한 것.

최근 코스닥시장이 무너지자 아예 코스닥을 거래소와 합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등록이라는 독특한 말까지 개발하면서 지키려고 했던 코스닥시장의 주체성이 위기에 몰린 셈. 세계 유일의 ‘등록 기업’을 갖고 있는 한국 코스닥시장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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