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현장에서]이기면 내덕 지면 심판 탓?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6시 45분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감독이 외국 기자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 심판 판정에 관한 것이다.

10일 강서하키장에서 열린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남자하키 준결승. 한국이 2-0으로 이긴 뒤 말레이시아 출신의 한 기자는 한국대표팀 전재홍 감독에게 “심판이 좀 봐준 게 아니냐”고 따지듯 물었다. 한국의 득점이 노골로 볼 수 있는 애매한 상황이었다는 것.

하키장 바로 옆에 있는 배드민턴장에서도 전날 판정시비가 일어났다. 인도네시아가 9일 한국과의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선심의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바람에 2시간이나 경기가 중단됐던 것. 10일 개인전에 선수들을 이끌고 나온 인도네시아의 크리스티안 하디나티 감독은 “그동안 공정하던 심판들이 결승에서는 한국에게 유리하게 판정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 선수들을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할까. 오히려 한국 선수단은 ‘역차별’이 심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홈팀을 봐준다는 인상을 풍길까봐 한국 경기에는 더욱 엄격한 판정을 내린다는 하소연. 남자 펜싱에서 노골드에 그친 김영호는 “내 종목도 아닌 사브레 심판이 집중적으로 배정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외국팀 코칭스태프 중에는 편파 판정 시비가 심했던 86년 서울대회 때 선수 또는 지도자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심판을 불신하고 있다는 지적.

지고 나서 억울한 마음에 ‘남의 탓’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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