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종익/교통사고 전담기구 만들자

  • 입력 2002년 9월 30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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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우리나라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 문제다. 2000년 프랑스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8079명으로 영국의 3580명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이들 양 국가의 인구 수는 약 6000만명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에 있어서도 프랑스는 주변 유럽국가들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교통사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교통사고 줄이기’를 앞으로 5년간 주요 국정지표 가운데 하나로 정하고 다각적인 교통안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교통사고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음주운전 허용치를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2%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맥주 한 잔만 먹어도 나오는 수치다.

그리고 도심 도로의 제한속도를 현재 시속 50㎞에서 30㎞로 내리고, 예비운전 면허제도를 도입해 면허취득 요건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교통사고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지만, 사실 프랑스는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가 우리나라의 3분의 1에 불과한 교통선진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경찰이 교통사고 줄이기를 ‘생명산업’으로 선언하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교통사고 사망자를 무려 2139명이나 줄였으며, 올해에도 1000여명을 더 줄이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전망이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이번 기회에 교통사고를 확실하게 줄여야 한다. 주변 여건은 이미 성숙해 있다.

지난해 시민단체 등의 끈질긴 노력으로 연간 약 6000억원에 이르는 교통범칙금과 과태료를 교통안전 활동에 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면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 내에 교통사고 문제를 주로 다루면서 각종 안전사고를 총괄하는 상설기구의 설립이 시급하다. 또한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진정으로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12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차기 대통령도 프랑스와 같이 ‘교통사고 줄이기’를 국정의 주요 목표로 추진하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너무 많이 일어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생명에 관련된 문제에 정부나 사회가 무감각하다면 아무리 경제 발전을 이룬다 해도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하기 힘들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있는 대로 우리 국민은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의 보호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박종익 손해보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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