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아린제 추기경 "종교간 평화가 한국 조화의 힘"

  • 입력 2002년 9월 23일 17시 31분


교황청 종교간대화 평의회 의장인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이 23일 낮 한국의집에서 불교와 개신교등 한국 7대 종교 대표들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계종 사회부장 양산스님, 장응철 원불교 교정원장, 강원룡 목사, 아린제추기경,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홍장화 천도교 종무원장, 박정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장주교, 최기산주교.박영대기자
교황청 종교간대화 평의회 의장인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이 23일 낮 한국의집에서 불교와 개신교등 한국 7대 종교 대표들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계종 사회부장 양산스님, 장응철 원불교 교정원장, 강원룡 목사, 아린제추기경,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홍장화 천도교 종무원장, 박정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장주교, 최기산주교.박영대기자

“16년만에 서울에 다시 왔는데,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사람들도 아주 다이나믹하고 활기찹니다. 뷰티풀, 원더풀이에요.”

추석 연휴기간 중 내한한 교황청 종교간 대화 평의회 의장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66)은 밝고 유머러스했다. 23일 낮 12시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7개 종단 대표자들과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 집을 방문한 아린제 추기경은 한옥을 둘러보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그는 작은 체구에 위엄과 권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무거워지기 쉬운 좌중의 분위기를 간간이 가벼운 농담을 던져 화기애애애하게 만들었다. 도포에 갓을 쓴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에게는 “오전에 성균관대에서 본 공자님 얼굴과 비슷하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린제 추기경은 “한국이야말로 다양한 종교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다종교 국가로 알고 있다. 이렇게 여러 종단 대표들을 직접 만나보니 그 조화의 힘이 구체적으로 느껴진다”며 “9·11 테러가 유일신을 믿는 신앙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종교간 평화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박정일 주교는 “꼭 50년 전 로마에서 신학생으로 아린제 추기경과 함께 공부를 했고 같은 날 사제 서품을 받았다”며 “서울에서 이렇게 다시 뵈니, 50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흐른다”고 말했다.이날 모임에는 이밖에 강원룡 평화포럼 이사장, 윤두호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부회장, 원불교 장응철 교정원장, 홍장화 천도교 종무원장, 조계종 사회부장 양산스님, 김성곤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ACRP) 사무총장,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아린제 추기경은 24일부터 3일간 열리는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에도 참석한 뒤 27일 일본으로 떠난다. 다음달 3일 재입국해 강연, 방송 대담프로 등에 출연하고 6일 출국한다.

나이지리아 출신 흑인으로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그는 현 교황의 최측근으로 손꼽히는 인물로 차기 교황 후보로도 거론된다. 교황청의 정치 메카니즘에 밝은데다 종교간 대화 평의회 대표답게 타 종교와도 평화를 위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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