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강봉균씨에 웬 완장?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10분


민주당은 8·8 재·보선에서 당선된 강봉균(康奉均) 의원에게 공적자금 국정조사에서 청문회 특위위원들을 지원하는 국정조사 ‘지원팀장’을 맡겼다.

강씨는 현 정권에서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98년 2∼5월), 경제수석비서관(98년 5월∼99년 5월)과 재정경제부 장관(99년 5월∼2000년 1월)을 잇달아 지낸 뒤 2000년 총선에서 낙선, 원외지구당 위원장 신분이던 지난해 1월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던 사람이다. 이유야 어떻든 그가 공적자금의 조성, 집행과 사후관리까지도 책임을 져야 할 만큼 중요정책 결정라인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측은 64조원이던 1차 공적자금이 갑자기 156조원으로 불어난 과정을 정확히 밝혀내기 위해서는 강 전 장관을 반드시 불러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측의 반대로 청문회가 무산됐다.

그는 현역의원으로 신분이 바뀐 덕분에 이번 청문회에서는 다른 의원들의 ‘동료애’에 힘입어 증인출석을 면할지 모르지만, 원칙대로라면 당연히 증인으로 불려나와야 할 처지다.

그러한 그가 민주당의 청문회 대책을 막후지휘하는 ‘연출가’로 활약하게 된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대목은 민주당이 당초 강 의원을 국정조사특위위원으로 투입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는 “증인이 돼야 할 사람을 어떻게 특위위원에 넣을 수 있느냐”는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닥쳐 막판에 특위위원 명단에서 빠졌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과 기업에서는 ‘피 같은’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은행장과 임원, 심지어 상당수의 실무자까지 직장에서 쫓겨나고 전 재산을 압류 당했다. 아직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다.

책임을 따져야 할 사람에게 ‘완장’을 채워주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할 만큼 민주당이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금할 수 없다.

최영해기자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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