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해대책부터 보수하라

  • 입력 2002년 9월 2일 18시 32분


한바탕 태풍 ‘루사’에 철도 도로 통신 등 국가 주요 간선망이 끊겨 전국 곳곳에서 교통 통신이 마비 또는 지체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1959년 ‘사라’ 이후 가장 위력적인 태풍이었다고는 하지만 노후시설을 제대로 보수하지 않거나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가 수해를 더욱 키운 감이 있다.

낡은 교량이나 선로의 보수를 제대로 안 하는 바람에 국가 수송망인 철도의 피해가 유난히 컸다. 툭하면 예산부족 타령을 하지만 자연재해로부터 인명과 재산 그리고 국가 수송망을 지키는 것보다 우선 순위가 앞서는 사업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심한 일이다.

고속도로와 국도 경사면에서 사태가 일어나 숱한 인명피해와 교통 두절을 초래한 것도 안전불감증이 부른 사고이다. 지질이나 바위 결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 기준에 따라 절개지 공사를 해 이런 사고가 잦다고 하는데도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연재해 등 비상시에 대비해 깔아놓은 우회선로마저 끊긴 판이라 비상선로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유선통신은 물론 무선 휴대전화마저 통하지 않아 외부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고립지역에서 수마와 싸웠을 주민의 공포가 오죽했을까 싶다.

경남 합천 일대에서는 지난달 집중호우에 붕괴됐던 제방을 임시변통으로 막아놓고 손을 쓰지 않다가 이번 태풍에 다시 무너졌다. 홍수를 당하고서도 8월 말, 9월 초에 몰려올 태풍에 대비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정부를 두고 주민의 억장이 무너질 만하다.

발전소와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들도 침수돼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었다고 한다. 구멍가게도 아니고 명색이 국가 주요시설의 입지 선정을 어떻게 했으며 비상시 배수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묻고 싶다.

물난리만 나면 법석을 피우며 땜질을 하고 잊어버리는 일과성 재해대책부터 보수해 ‘사라’ ‘루사’보다 더한 태풍에도 끄떡없는 국가 기간시설을 유지해야 명색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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