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세계]CFA/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이정호씨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21분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국제재무분석사(CFA)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 자격증은 금융계에서 3년 이상 일한 금융인이 3년 동안 3단계의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얻을 수 있다. CFA 자격증 자체가 보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금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영어실력, 금융의 윤리의식을 가진 사람만이 시험에 통과할 수 있어 그 권위가 매우 높다. ‘금융인의 국제여권’을 취득한 금융 전문가들을 통해 CFA의 직업세계를 조명한다.》

국제재무분석사(CFA) 이정호씨(35)의 사무실은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증권 6층 동녘의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국 증시에서 내로라하는 스트래티지스트로 꼽히는 그는 2000년 1월부터 이 회사 리서치팀 소속 투자전략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8월29일 오후 4시. 한국 증시가 막을 내리고 1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직 시장의 숨가쁜 소용돌이가 남긴 상기된 표정이 가시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 화면에는 새로운 시장의 시작을 기다리는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 홈페이지가 깜박거렸다.

▽CFA와의 만남〓1994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증권인으로 살아온 지 만 8년. 외환위기 이후 질적으로 변해버린 시장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었던 데에는 97년 CFA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목표를 이룬 것이 큰 힘이 됐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국의 좋은 자료들을 접했고 대학시절(연세대 경제학과 86학번)과 현업에서 알았던 것들을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주식은 물론 현업에서 다루지 않았던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기법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됐지요.”

CFA는 미국투자관리연구협회(AIMR)가 엄격한 시험을 거쳐 금융투자 분야의 실무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자격증. 40년의 권위가 쌓여 ‘금융인의 국제자격증’으로도 불린다.

이 팀장은 97년 대우증권 스트래티지스트일 때 처음 공부를 시작해 지금의 직장으로 옮긴 직후인 2000년 8월 최종 3차 시험에 합격했다.

▽CFA는 나를 단련하는 채찍〓CFA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자격처럼 평생 개업을 허가하는 자격이 아니다. 또 CFA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좋은 스트래티지스트나 애널리스트일 수도 있다. 오히려 CFA는 좋은 금융인이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라 오히려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CFA가 되기 위해 얻은 지식은 다른 사람의 돈을 맡아 관리하기 위해 금융인이 알아야 할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CFA가 됐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CFA가 되고 난 뒤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CFA가 되면 우선 세계적 기준의 각종 자료들을 늘 접하면서 이해할 수 있고 수시로 열리는 콘퍼런스 등 재교육의 기회에 참여할 권한을 얻는다. CFA의 ‘윤리강령’은 능력과 존엄, 윤리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자신의 전문성과 능력뿐 아니라 타인의 그것도 함께 고양할 것을 요구한다. 이 팀장은 “넋을 놓고 있다가도 CFA로서 자긍심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좋은 CFA가 금융을 지킨다〓이 팀장은 최근 ‘성장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중장기 투자전략 과제를 탐구하느라 여념이 없다.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점차 힘을 잃으면 그를 대체할 세력은 누구인지, PC산업을 이을 세계경제의 주도 사업은 무엇인지, 거대한 변화에 직면한 한국경제와 증시의 미래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통찰을 찾는 작업이다.

한 달에 한두 번 긴 논문형식의 투자보고서를 탈고하면 심한 ‘창작의 고통’을 느끼고 공들여 내놓은 전망과는 반대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려움도 많은 직업이지만 시장의 역동성에 늘 매력을 느낍니다. 또 날로 발전하는 분석틀과 언어를 따라잡으려 늘 노력합니다.”

그는 “금융인이 CFA가 되면 좋은 자리에 채용되고 좋은 대접을 받지만 지식과 윤리성을 갖춘 CFA는 금융시장과 투자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CFA 금융인의 몸값은 대체로 ‘억대’로만 알려지고 구체적인 금액은 비밀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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