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삼성 ‘진갑용 파동’ 회심의 미소?

  • 입력 2002년 8월 30일 17시 53분


삼성 김응룡감독
삼성 김응룡감독
‘호재일까, 악재일까.’

약물파동의 주인공인 주전 포수 진갑용의 국가대표팀 탈락이 올시즌 대권도전에 나선 삼성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안그래도 야구계에서 말이 많은 팀. 메이저리그급 시설인 경산훈련장을 보유하고 있어 훈련여건이 최상인데다 매년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프로출범이래 정규리그 우승을 빼곤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우승을 못했으니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를만도 했다. 게다가 그동안 ‘선수 싹쓸이’를 위해 온갖 시도를 다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삼성이 뭘 한다고 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솔직한 야구판의 정서. 상황이 이러니 삼성과 관련된 일은 항상 화제에 오르고 문제가 커진다. 최근에만도 그렇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꾸준히 선두 기아를 추격한 삼성은 승차를 반게임으로 줄여 드디어 1위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다시 한번 ‘한많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한데 근육강화제 복용사실을 숨기려고 후배의 이름을 판 ‘진갑용 파동’이 느닷없이 벌어졌다. 팀이 잘 나가는 판에 삼성 사령탑인 김응룡감독은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결과일 수도 있다. 삼성은 명예를 잃은 대신 실리를 얻었기 때문. 투수리드능력이 뛰어나고 타격까지 겸비한 주전포수 진갑용은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하는 선수. 전경기 출전중인 진갑용은 대표팀 엔트리에서 탈락함으로써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난뒤 벌어질 포스트시즌에 대비한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

비록 삼성의 이미지에 먹칠을 칠하긴 했지만 팀전력의 상승을 위해선 오히려 잘된 일.

기아는 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김상훈이 진갑용대신 뽑히는 바람에 병역혜택의 기회를 얻었으니 이 또한 잘된 일이다. 항간에 떠돌고 있는 ‘음모론’도 그래서 나왔다.

분명 삼성입장에서 보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해프닝.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과연 우승에 한이 맺힌 삼성이 온갖 구설수를 딛고 정상에 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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