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수경/이주일과 밥 호프

  • 입력 2002년 8월 28일 18시 23분


영정 속의 그는 환하게 웃고 그를 마주한 사람들은 울고 있다.

27일 타계한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고양시 일산구 국립암센터에는 연예인 동료 및 후배는 물론 각계 고위 인사에서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문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의 별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큰 만큼 빈소에 조문객이 들어설 때마다 100여명의 취재진이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고 방송 3사는 27일 저녁 중계차를 현장으로 급파해 특집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밀려드는 조문객을 수용할 수 없어 28일 오후엔 분향소를 영결식장으로 옮겼다. 새로 마련된 분향소 앞에는 전현직 대통령이 보내온 화환을 비롯해 70여개의 화환이 길게 늘어섰다. 많은 연예인이 빈소를 찾았지만 단지 ‘연예계 어른이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형식적 문상을 온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문득 생전에 그에 대한 우리의 대접이 어떠했는가에 생각이 미쳤다. 그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겠다는 바람을 표시했다. 대여섯 차례 대관 신청을 했지만 그때마다 “회관의 격이 떨어진다” “서민 관객이 들면 시설물을 버린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그의 꿈은 타계 3년 전인 1999년에야 비로소 현실로 이뤄질 수 있었다.

5월 미국 정부는 코미디언 밥 호프의 99세 생일을 맞아 로스앤젤레스 국립묘지에 그의 이름을 딴 예배당을 헌정했다. 참전군인 출신도 아닌 데다 생존한 인물의 이름을 따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었다. 상하 양원은 이 특별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을 했다.

불치의 병을 앓으면서도 금연캠페인으로 팬들에게 서비스했던 코미디 황제의 ‘의연한 죽음’ 앞에 새삼 고개를 숙이면서 그가 진정한 엔터테이너이자 예술인으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기원했다. 또 대중예술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접’ 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수경기자 문화부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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