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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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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엄청난 파문으로 이어지자 그 진원지가 검찰이나 군, 정보기관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파문의 확산을 피하기 위해 ‘그쪽’이라고 표현한 진원지의 정체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 의원이 3월 ‘그쪽’에서 알려줬다는 내용은 △정연씨의 병적기록표가 엉망이고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가 있었고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이 변호사를 접견한 뒤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
이 내용은 김대업(金大業)씨가 5월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한 뒤의 주장들과 거의 일치한다. 이전까지는 검찰 내에서도 극히 제한된 사람만 관련 사실 일부를 알고 있었다.
김씨가 김 전 청장에게서 관련 진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1월 초. 김씨는 지난해 3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돼 3월30일 출소했기 때문에 김씨가 직접 이 의원에게 수사 유도를 요청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검찰이 직접 이 의원에게 제보했을까. 김씨가 5월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한 직후 박영관(朴榮琯) 서울지검 특수1부장은 “대책회의는 처음 듣는 얘기지만 병적기록표 변조 첩보는 갖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씨는 “김 전 청장이 대책회의를 시인하는 진술을 했다고 노명선(盧明善) 검사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 검사는 “보고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고 김 전 청장도 김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대책회의 시인 진술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가 대책회의에 관한 진술을 가공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부장과 노 검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은 김씨나 그와 연결된 누군가로부터 수사 유도 요청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처음 정보가 빠져나간 곳은 검찰이라고 하더라도 이 의원에게 제보가 전해지기까지는 여러 채널을 거쳤을 가능성도 있다.
즉 검찰 수사라인→정권 핵심부→민주당 관계자→이해찬 의원이라는 정보 유통단계를 추정할 수 있다.
검찰 수사 내용을 파악하고 정치적인 사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권 핵심부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무튼 이 의원의 발언 파문으로 검찰의 병역 비리 수사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반발과 여야 공방에 따른 정국 대치 상황에 대한 검찰의 부담이 큰 만큼 자칫 진실 규명이 뒷전으로 밀린 채 이 사건 수사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휘발성 높은 이 사건 수사에서 이쪽 저쪽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 병역면제 의혹 수사 유도 청탁 사건 관련자 발언 비교 | |||
| 발언 쟁점 | 이해찬 의원(3월에 듣고 8월21일 발언) | 김대업씨(5∼8월) | 검찰(5월) |
| 병역비리 대책회의 | 1월 검찰에 붙잡혀온 김길부 전 병무청장이 대책회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더라 | 김 전 청장에게서 대책회의 진술 듣고 노명선 검사에게 보고했다(김 전 청장은 진술 사실 부인) | 노명선 검사, 김대업씨에게서 그런 보고 받은 적 없다 |
| 병적기록표 위변조 |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 병역기록표를 입수해 봤는데 내용이 엉망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 90∼91년 기록표를 바꿔치기했고 97년 기록표를 위변조했다 | 박영관 부장, 기록이 변조됐다는 첩보는 있으며 공소시효는 끝나지 않았다 |
| 변호사 접견 | 김길부 전 병무청장이 이회창 후보의 사위인 최모 변호사를 접견한 뒤 진술을 바꿨다는 말을 듣고 조사해보니 다른 변호사였다 | 김 전 청장이 한나라당측 변호사를 만난 뒤 대책회의 진술 번복했다(김 전 청장은 부인) | 박영관 부장, 모르는 일이다 |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